여야의 러브콜 정운찬 '권력 의지' 발동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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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앞에 있다. 잡느냐 마느냐는 본인의 의지다."(민주당 김종인 의원)

"한나라당에 온다면 훨씬 가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한나라당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

"여권이 급하다고 사려 깊지 못하게 접근하면 훌륭한 재목과 기회를 모두 놓칠 우려가 있다."(통합신당모임 전병헌 의원)

모두 정운찬(사진) 전 서울대 총장을 향한 구애(求愛)의 수사학이다. 정 전 총장은 여전히 "결심을 못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범여권은 물론 한나라당까지 '러브콜'을 보낸다.

열린우리당과 탈당파들은 노골적이다.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과 김근태 전 의장, 그리고 중진인 문희상.유인태 의원까지 공개적으로 호감을 표명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김한길 전 원내대표도 마찬가지다. 경쟁심리까지 엿보인다.

한나라당의 구애는 은밀했다. 정 전 총장의 한 지인은 "지난해 3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정 전 총장을 직접 만나 '서울시장 좀 맡아달라'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이 전 시장이 '러닝메이트 같은 기분으로 함께 일하자'고 집요하게 종용해 혼이 났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한나라당의 '빅3'구도가 굳어진 근래에도 "정 전 총장을 중립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사석에서 오간다.

정 전 총장의 스승인 조순 전 부총리도 정치 참여를 권하고 있다. "공부는 사회에 봉사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교수나 공부는 그만큼 하면 됐으니 나라를 위해 일하는 기회를 가져봐라"고 조언한다는 것이다. 정 전 총장의 주변에선 "정 전 총장은 스승이 못 이룬 꿈을 제자가 이뤄주길 기대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며 "스승의 말씀을 무시할 수 없어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호남.충청 묶을 적임자"=여론조사기관인 디오피니언 안부근 소장은 "호남.충청을 묶어낼 여권의 강력한 주자"라고 말했다. 1997년과 2002년 대선 승리의 기억이 뚜렷한 여권에선 호남-충청 연대를 '필승 구도'로 일컫는다. 충청(공주) 출신의 정 전 총장이 이를 재실현할 수 있는 적임자란 것이다. 문제는 '전략적 투표'를 해온 호남 민심을 얻을 수 있느냐다. 열린우리당의 한 충청권 의원은 "호남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영남 대통령(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충청 대통령'을 선출하는 데 호남이 앞장서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정 전 총장도 이를 의식한 듯 "공주 출신으로 충청도 덕을 많이 봤고 지역을 위해 공헌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공주대 특강), "충청인이 나라 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왔다"(재경 공주향우회)고 말해 왔다.

◆"경제.교육 이미지 겸비"=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정 전 총장은 대선의 주요 이슈인 경제(경제학자).교육(서울대 총장)에 강한 이미지를 겸비한 유일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여권에선 노 대통령의 측근인 이광재 의원이 조순 전 부총리와 가깝다는 점도 주목한다.

정치권에선 그러나 정 전 총장이 대선 후보 자리에 오를 만한 정치적 돌파력을 가졌는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권력의지가 얼마나 강하느냐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김헌태 소장은 "정 전 총장 중심의 정계개편이 이뤄지기엔 지지도가 높지 않다"며 "그런 상황에서 대선 경쟁에 뛰어들 만큼 권력의지를 가졌는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정 전 총장은 사석에서 "일단 결심하면 제대로 한다. 남이 밥상을 차려주길 기다린다는 얘기도 나를 오해하거나 왜곡하는 얘기"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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