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대 선거일정 탐색전/총리 재검토 발언… 이목집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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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엄청난 경비들어 일부 연기론 제기/민자/야통합여세로 예정대로 실시 주장/민주
내년에 치러야할 네차례 선거 실시문제가 또다시 정치권의 논란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10일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민자당의 정순덕·김길홍 의원이 경제난을 이유로 내년 4대선거실시에 우려를 표명하는 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정원식 총리가 『재검토 필요성이 없지 않다』는 식의 우회적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측은 11일 즉각 정부의 진의를 해명하라고 요구하면서 정부·여당측의 「단체장선거 연기 가능성」에 반발하고 나섰다.
정총리는 『계속되는 선거일정의 문제에 대해 우려의 소리와 이에 따른 행정·경제적 문제를 지적하는 견해가 적지 않다』고 전제,『국가적 비용,사회적 효율성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선거일정의 재조정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없지 않다』고 밝혔다.
정총리는 이와 함께 『지방자치법상 자치단체장선거는 내년 6월30일까지 실시토록 돼 있는 만큼 내무부가 이를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규정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준비는 잘하고 있지만 「연속선거」의 폐해에 대한 우려와 「국가적 비용」을 들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총리실은 사태가 커질 듯 하자 11일 즉각 『내년 선거를 예정대로 치르겠다』고 해명했지만 그의 얘기가 이목을 끄는 것은 특히 지방의회선거이후 정부·여당내에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는 「단체장선거 연기론」을 뒷받침하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말 그대로만 보면 정총리는 당장 내년선거의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다기보다 「중장기적」인 검토필요성을 제기했을 뿐이다.
그러나 작금의 경제적 요인이외에도 여권은 대권 후계구도와 이와 맞물린 14대총선일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선거를 두 차례나 치르는 것은 여권의 어느정파에도 부담이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치단체장선거가 실시돼 예상대로 호남을 민주당이 석권하고 서울등 수도권일부의 단체장이 야측 수중으로 떨어질 경우 내년말의 대통령선거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 조성될 것을 여권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 여당의원들은 물론 일부 야당의원들도 자신들과 세에서 맞먹거나 오히려 강한 민선의 각급자치단체장의 등장에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어 내심 경제난을 이유로,특히 기초자치단체장의 직선을 반드시 해야하느냐는등 회의적 의견을 말하곤 한다.
선거주무당국인 내무부도 자신의 「관할」이었던 15개 시·도와 2백60개 시·군·구의 장을 민선으로 넘겨주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등 정부는 자치단체장선거실시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
김윤환 민자당 사무총장은 한때 ▲내년 2월 총선 ▲4월 시·군·구 자치단체장선거 ▲6월 시·도자치단체장 선거를 사견으로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여권에선 현재로선 총선이 3월에 실시될 것이라는 국회의원 선거일정만 거론될 뿐 지방단체장선거논의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단체장선거에 대한 부정적 시각과 최근의 경제난이 겹친 상황을 이용해 정부·여당은 그동안 내부적으로 단체장선거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했었고 이에 따라 연기분위기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대정부 질문에서 정순덕 의원은 ▲지방의회와 단체장선거를 통합해 ▲국회의원선거 사이에 「중간선거」적 성격으로 치를 것을 제안했다.
이 논리대로라면 95년 제2기 지방의회선거때 자치단체장선거를 함께 치르자는 주장이며,이것을 발전시키면 내년으로 예정된 단체장선거를 부분적으로 그때까지 연기하자는 말도 된다.
정의원은 질문후에 『이같은 제안은 「장기적 안목」에서 선거가 한꺼번에 몰리는 폐단을 피하기 위해 검토해 보자는 뜻이지 당장 내년 선거를 연기하자는 의미는 아니다』고 한발뺐다.
야당측은 정의원의 발언과 정총리의 답변을 지방단체장선거연기 혹은 포기공작의 신호로 의심하고 있다.
이날 질문에 나선 민주당의 조세형·장석화 의원은 14대총선과 대통령선거·양대 지방자치단체장선거의 일정을 명확히 공개해 공정한 선거게임을 벌이자고 촉구했다.
과열분위기·경제력손실 등 사회적 부담을 감안한다면 선거를 연기할 것이 아니라 동시에 단기간에 치르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민주당공동대표도 이날 언론인모임인 여의도클럽 초청토론에서 『총선과 양대 지방단체장선거를 동시에 실시해 부작용을 최소화하자』고 동시선거론을 거듭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일정은 이미 법률에 의해 ▲올해 상반기중 의회선거 ▲내년 상반기중 단체장선거라고 실시시기가 못박혀 있으며 이는 움직일 수 없는 정치권의 대국민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으로서는 야권통합의 여세를 몰아 내년초 동시선거에서 여야간 한판승부를 통해 대통령선거의 발판을 마련하는게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지방선거법에는 시·도와 시·군·구선거를 동시에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선거특례조항」도 있어 민주당주장을 강화해 주고 있다.
1년에 네번,그것도 엄청난 경비지출이 예상되는 선거를 치른다는 상황에 직면해 여권은 법을 바꿔서라도 이를 분산시키자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고,이에 반해 야당은 선거열기를 극대화시킬 방안으로 맞서고 있어 내년선거도 순탄하게 치러지기 어렵게 됐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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