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100만kw 발전소 우라늄 30t이면 1년 가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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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탄은 TNT 1만3천t에 해당하는 13킬로t의 폭발력을 지닌 것이다. 순식간에 7만5천명이 죽고 10여만명이 부상했으며 건물의 90%가 파괴된 것으로 기록돼있다.
이런 원폭은 미국(45년)에 이어 소련(49년), 영국(52년), 프랑스(60년), 중국(64년), 인도(74년) 등으로 확산됐다. 이보다 훨씬 강력한 수소폭탄은 52년의 미국을 시작으로 소련(53년), 중국(67년), 프랑스(68년) 등이 실험에 나섰고 중성자탄 등 각종 핵무기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인류는 핵에 대한 공포에 휩싸이게 됐다.
원자핵에너지의 이같은 가공할만한 위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대표적인 핵분열물질인 우라늄 235나 플루토늄 239의 핵에 빠른 속도의 중성자를 충돌시키면 핵이 쪼개지면서 2∼3개의 중성자가 방출되고 이들 중성자는 또 다른 핵을 연쇄적으로 분열시켜 그 결과 거대한 에너지가 발생되는 것이다.
핵무기는 이같은 기하급수적인 핵분열을 유도해 일시적으로 다량의 에너지를 방출, 순간적인 「작은 태양」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에 비해 원자력발전은 초속 2만km나 되는 고속의 중성자속도를 감속재를 사용해 속도를 떨어뜨리고 적절한 제어장치로 중성자를 흡수, 일정수준의 중성자를 유지해가면서 열에너지로부터 전기에너지를 얻어내는 것이다.
원자력이나 화력발전이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발전하기는 마찬가지나 화력은 보일러에서 석유나 석탄으로 증기를 만들고 원자력은 원자로에서 우라늄이 핵 분열할 때 나오는 열로 증기를 만든다는 점이 다르다.
1백만kw 용량의 발전소를 1년간 운전할 때 우라늄 연료로는 30t이 필요하지만 LNG는 1백l0만t, 석유는 1백40만t, 석탄은 2백30만t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우라늄의 에너지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원전에서 나온 핵폐기물이다. 원전에서 나오는 핵폐기물은 크게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과 사용 후 핵연료가 있다.
원전폐기물의 90%이상은 저준위 폐기물로 발전소 내에서 사용했던 휴지나 헝겊·장갑·덧신·작업복·폐수지·폐 필터 같은 것들이다.
고체나 농축 폐액은 방사능 준위를 감쇄시킨 후 2백ℓ들이 철제드럼통에 시멘트·소석회와 섞어 고화시키고 종이나 비닐류 등은 압축해 드럼통에 넣어 보관하게 된다. 이들 드럼통으로부터는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고 방사선위험도 전혀 없도록 처리·관리하게 된다.
보관은 콘크리트로 보장된 땅속이나 단단한 암반 층에 동굴을 만들어 영구 처분하게 된다.
사용 후 핵연료는 원자로 안에서 일정기간 타고난 연료로 현재는 발전소별로 내부 설계된 철근콘크리트 수조에 저장하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는 그 속에 남아있는 핵연료물질을 뽑아 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영구 처분하지 않고 중간 저장하게 된다. 우리 나라도 70년대 말 원자력연구소가 프랑스로부터 재처리시설을 도입키로 계약하려 했다가 미국의 반대로 철회한바 있다.
국내의 원전폐기물은 9월말까지 3만2천9백49드럼(저장능력 6만2백36드럼)이, 사용 후 핵연료는 1천4백여t(저장능력 3천3백66t)이 쌓여있어 앞으로 집중 저장시설이 필요한 실정이다.
정부가 지난해 안면도(충남 태안군 고남면 고남리·장곡리) 일대에 세우려 했던 거준위 폐기물 영구 처분장과 사용 후 핵연료저장시설도 95∼96년에 포화될 부지 내 저장용량 한계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금년 말까지는 새 부지가 확보될 예정이다.
한편 핵무기의 폐기는 우선 핵탄두를 제거한 다음 미사일 본체는 폭파하고 핵탄두는 뇌관을 제거, 그 속의 우라늄을 분리해 농축도를 95%에서 3.5% 정도로 희석해 발전용 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창을 녹여 쟁기로 만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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