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입자금출처 중점조사/기업 주식이동추적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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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부모증여·기업자금땐 세금 추징/물타기등 변칙 즉시 컴퓨터 조회
국세청은 증시가 호황을 누리던 지난 89년초 무역·도매업을 하는 E사의 계열사 창업 3세들이 주식을 자꾸만 사들이는데 의문을 갖게됐다.
회사 경영상태도 좋지 않은데 어떻게 그 많은 주식을 취득했느냐는 것이다.
국세청은 조사요원 10여명을 동원,E산업은 물론 E엔지니어링·E건설등 4개 계열사의 84년초부터 88년말까지의 자본금 증자현황을 검토하고 창업 3세들의 주식취득상황도 체크했다.
국세청은 이들이 취득한 주식의 자금출처조사를 벌여 대주주들의 자금 31억1천8백만원이 아들·딸·사위·며느리 등 17명의 유상증자대금으로 납입된 사실을 적발해내고 이들에게 증여세 19억9천7백만원을 추징했다.
이는 국세청이 주식이동이 빈번했던 기업을 대상으로 주식이동조사를 실시했던 한 예이다.
최근 국세청이 현대그룹을 포함한 상당수 대기업을 대상으로 주식이동조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많은 사람들은 대체 주식이동조사는 어떻게 할까 하고 궁금해하고 있다.
물론 많은 대주주들의 주식을 통한 사전 상속이나 증여의 방법이 매우 다양하고 교묘해 주식이동조사를 『이렇게 한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세청이 어느 기업을 막론하고 주식이동조사를 할때 「조사지침」으로 삼는 몇가지 대목이 있다.
『재산은 주로 직계로 이동한다』『돈은 반드시 사용처가 있다』『차명으로 위장분산을 많이 한다』『자금거래가 따르지 않는 서류상의 거래가 많다』『비상장 주식의 경우 실제 값보다 낮은 가격으로 많이 매매된다』는 등이 그것이다. 또 『기업공개전 주주명부는 반드시 정리해볼 필요가 있다』『확실한 이익은 형제지간에도 잘 양도치 않는다』『주식처분 대금과 배당금의 실제 귀속자는 누구인가』등도 포함돼 있다.
국세청은 이같은 지침에 따라 매년 모든 법인으로부터 주식이동상황명세서를 받는 것은 물론 증권감독원·증권대체결체·증권거래소 등 증권관계기관으로부터 주요 대주주의 주식변동 내용 등을 수시로 수집한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몇년새 주식이동이 아주 빈번했거나 ▲불공정한 합병 ▲물타기증자 ▲실권주 인수 등 변칙적인 자본거래가 있었던 기업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게 된다.
또 주식이동이 비교적 덜한 기업의 경우 당장 조사는 않더라도 누적관리를 통해 대주주와 그 친인척의 지분율이 어떻게 변하는지,사전상속의 혐의는 없는지 등에 대해 눈여겨 봐뒀다가 이같은 혐의가 드러나면 곧바로 주식이동조사에 들어간다.
더욱이 올해는 주식이동의 전산화가 완료돼 기업은 물론 개인이라 하더라도 상장기업의 주식을 1%이상 갖고 있거나 비상장 주식을 단 한주라도 갖고 있는 사람은 모조리 전산입력해 뒀기 때문에 주식이동조사가 한결 손쉬워 졌다.
주식이동에 심상찮은 낌새가 발견되는 사람은 컴퓨터를 통해 자료를 뽑아낸뒤 최근에 얼마나 많은 주식을 어떤 돈으로 사들였는지 보면 되는 것이다.
국세청이 주식이동조사때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역시 주식매입자금의 출처다.
주식을 얼마나 많이 사들였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혹 부모 등으로부터 증여받은 돈으로 주식을 사지는 않았는지 또 그렇다면 관련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하는 것이 초점이 된다.
이번 현대그룹의 주식이동조사에서도 정회장의 사전상속 여부에 초점을 두고 2세들의 주식매입 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에 조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회장의 아들들이 정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돈으로 지분율을 높였다면 증여세를 매기고 기업자금으로 개인주식을 샀다면 법인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국세청이 과거 5년간의 주식거래를 면밀히 추적하고 있어 여러 기업이 혼쭐이 나고 상당한 규모의 증여세등 관련 세금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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