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함께 냉전 녹이고 핵도 없앤다/소 전술핵 폐기선언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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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군축 능가… 주도권 회복겨냥/경원 받기위한 고육책 성격도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발표한 핵무기 감축선언은 지난달 27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선언한 핵무기감축 발표에 대한 상응조치로 전세계를 핵무기 위협으로부터 구해내려는 군축경쟁노력의 진일보를 뜻하는 획기적인 조치로 평가될 것 같다.
바야흐로 세계는 군비경쟁시대에서 군축경쟁시대로 접어드는 국면에 돌입했다고 해도 좋을 만큼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선언은 「선언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르바초프의 이같은 선언은 부시 대통령의 신세계질서 주도를 겨냥한 선제일격에 충격을 받은 후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불러일으키는 가운데 일종의 역공형태라는 평가도 대두되고 있다.
고르바초프 선언은 전진배치 전술비행부대의 핵무기 제거와 일방적인 핵실험 중지 및 군병력 70만명 감축 등 부시선언 내용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주목된다.
더욱이 이미 합의본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 인준후에 양측의 공격용 전략무기를 반씩 줄이자고 촉구한 대목에 가서는 부시에게 빼앗겼던 이니셔티브를 쥐어보자는 의도마저 엿보인다.
한편으로 이 선언은 소련으로서 짚어야할 당연한 수순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우선 전술핵무기가 필요없게 됐다는 점이다.
금년에 바르샤바조약이 폐기됨으로써 소 전술핵이 겨냥하고 있던 서유럽과 소련간에 5백㎞에 걸쳐서 동유럽이라는 중립지역이 새로 설정된 것이다.
폴 월포위츠 미 국무차관도 지난주 미소양국이 서로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기를 갖고 있다고 시인하면서 이같은 종류의 무기들은 협상없이도 폐기시킬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다음으로 소련측 전략가들의 군사전략문제에 대한 심대한 변화를 들 수 있다.
영국 에딘버러대 소련문제전문가 존 에릭슨 교수는 『이제 소련측의 주요관심사는 핵무기 갯수가 아니라 핵의 유연성,신속대응성,생존가능성에 있으며 소련군 수뇌부는 자체방위에 충분한 군사력을 확보하되 그 이상은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고 이같은 변화를 뒷받침했다.
이같은 견해는 이미 미국측 전략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일부 제기돼온 것으로 미소양측이 상대방측의 태도에 따라 자체방위력 수요를 고려해오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번 선언이 최근 피폐의 극에 달한 소련경제의 회생을 위한 서방측의 도움을 쉽게 얻어내기 위한 소련측의 화끈한 유화제스처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회의적 관측에도 불구하고 양대강국이 다투어 핵감축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 세계평화를 향한 호재임에 틀림없다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 점은 이번 선언에서 의표를 찌르는 하이라이트로 평가되는 핵공격방지 공동시스팀의 채택제안 부분에서도 읽을 수 있다.
고르바초프는 지상 및 우주공격 핵무기 공격으로부터의 방어를 위한 공동방위시스팀의 연구를 제안했다.
크렘린당국은 지난 83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첨단 핵미사일요격 파괴체제를 우주에 배치한다는 전략방어구상(SDI)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래 SDI가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대해 왔으며 이 때문에 86년에 열린 아이슬랜드 레이캬비크 미소 정상회담에서도 군축문제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었다.
이후 양국간에 핵전쟁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미국이 당초의 SDI계획에서 대거 후퇴,제한 타격세계방위(GPALS) 개념을 소련측에 제시,설득을 벌여온 바 있다.
결국 고르바초프의 이번 선언이 미국의 GPALS계획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는 소련츠의 심중을 나타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이후로 미소양국의 주도로 세계에 산재한 핵무기들이 서서히 줄어들고 비핵평화로 가는 행보를 한걸음씩 밟아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만 향후 관망되는 것은 미소가 과연 진정으로 패권주의를 탈피하고 군축평화의 뜻을 펼칠 것인가하는 문제와 미소 이외의 핵보유국들,특히 제3세계 핵보유국 또는 보유가능국이 이같은 흐름에 순순히 따라줄 것이냐 아니냐는 것이다.<윤재석기자>
□미소 핵감축 제안내용 비교
구분 소련 미국
지상발사 ▲핵포탄·핵탄두 폐기 ▲핵포탄·핵탄두 폐기
전술핵무기 ▲대공미사일 핵탄두 일부폐기
▲핵지뢰 폐기
해상발사 ▲함정,잠수함 배치 핵무기 ▲함정 및 잠수함배치
일부폐기 핵무기 대부분 폐기
전술핵무기 ▲핵잠수함 6척 폐기
전략핵무기 ▲중폭격기 비상경계태세 해제 ▲중폭격기 비상경계
태세 해제
▲중폭격기용 신형단거리미사일 ▲START에 포함된
연구개발 중단
▲ICBM503기 경계태세 해제
▲궤도차이동 ICBM 및 ▲철로이동식 ICBM
발사대 현대화계획 폐기 개발 및 소규모
ICMB계획 중단
▲소형이동식 ICBM개발중단
미소간 ▲비핵방공체제 협상 ▲비핵방공체제 협상
핵협의 ▲공격용 전략무기 절반의 ▲해군보유 전술핵
추가감축 협상제안 전면폐기 협상제안
▲1년간 핵실험 중단선언
병력감축 ▲70만명 감축 ▲50만명 감축
□미소보유 전술핵 비교
● 구분 미국
배치수 단위탑재탄두 총탄두수
지상발진 항공기 1,300 1∼3 1,800
미사일 100 1 1,282
포 4,700 1 1,540
방공미사일 0
지뢰 0
해상발진 전폭기 850 1∼2 1,350
대체기 500 1 850
크루즈미사일 325 1 325
어뢰 0
방공미사일 0 47 1
● 소련
지상발진 항공기 2,560 1∼3 3,100
미사일 1,331 1 3,130
포 7,000 1 2,000
방공미사일 3,800 (미확인) (미확인)
지뢰 (미확인) (미확인) (미확인)
해상발진 전폭기 400 1∼3 1,010
대체기 330 1 350
크루즈미사일 1,571 1 995
어뢰 520 1 520
방공미사일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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