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옐친의 이해못할 언론정책/김석환 모스크바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보리스 옐친 소련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의 언론관과 자의적 권력행사에 대해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최근 아제르바이잔공화국내 나고르노­카라바흐지역 인종분규 사태에 관한 언론의 왜곡보도를 방지하기 위해 검열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옐친 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지난 8월 쿠데타를 분쇄한후 쿠데타군에 유리한 기사를 게재했거나 쿠데타군의 행동을 묵시적으로 지지한 혐의로 프라우다지를 비롯한 몇몇 언론의 활동을 정지시켰던 사건과 더불어 옐친 대통령이 언론에 대해 지나친 편의주의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련의 언론인들은 옐친의 이와 같은 결정이 이 지역의 사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못할 것이며 오히려 그의 언론에 대한 오도된 시각은 과거 통치강화를 위해 언론을 편할대로 검열하거나 발행정지 등을 자행했던 독재자들과 같은 인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옐친을 반대하는 인사들은 그의 이와 같은 행동이 쿠데타후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도입한다는 미명하에 초법률적인 행동을 마음대로 일삼는 비민주주의적인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옐친의 대중적인 인기가 워낙 높아 이와 같은 비난움직임은 옐친을 확고하게 신뢰하고 있는 러시아 민중들에게는 그를 음해하기 위한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를 위한다면서 비민주적인 방식을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정치지도자의 행동이 그가 인기있는 대중지도자이기 때문에 묵인될 수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현상이다.
쿠데타후 자신의 절대권을 확대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권한을 뛰어넘는 행동과 각종 법률을 내놓고 있는 옐친의 행동이 러시아의 특수한 상황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초기부터 민주주의적인 제도에 의해 감시되고 억제되지 못한다면 자칫 민주를 위한 새로운 권위주의적인 독재로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서는 것은 한국의 독특한 정치상황에서 성장한 기자만의 우려일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