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의주 개발 재시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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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이 최근 신의주특별행정구의 행정장관 임명에 앞서 건설 등 4개 부문의 부(副)장관을 북한관료로 임명하고 유럽기업의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단둥(丹東)의 한 대북소식통은 1일 이같이 밝히고 "이들이 외무성.무역성.국제민간교류협회 등 관계자들과 함께 단둥 등지에서 투자유치를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은 이미 유럽 등지의 일부 기업인들로부터 투자를 끌어들여 내년 4월부터 특별행정구로 지정된 북신의주에 거주하는 주민 10만명을 남신의주로 이주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단둥의 한 무역업자는 "이번 조치는 북한이 특별행정구의 내부기반부터 정비한 후 투자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 순서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신의주 특별행정구를 발표하면서 북신의주 주민들이 이주할 남신의주에 아파트 2만가구(한 가구=5명 기준, 10만명 수용)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으나 자금부족으로 중단된 상태였다.

북한은 이에 앞서 올해 초 평양시 중구 중성동에 '신의주 특별행정구 설립 국가준비위원회(위원장 안기우)'를 설립하고 신의주 개발 준비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준비위원회는 그동안 신의주 특별행정구 기본법의 하위법과 규정들을 만들기 위해 유럽.미국 등의 외국투자관련법과 규정들을 꼼꼼하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신의주특구는 양빈(楊斌)초대장관이 지난해 10월 중국 당국에 체포되고, 홍콩.마카오 등지에서 단둥으로 몰려 온 투자자들도 신의주 투자를 포기하면서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었다.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張成澤)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지난해 10월 경제시찰단으로 서울을 방문한 뒤 신의주 특구를 맡으면서 잠시 활기를 찾는 듯했으나, 북핵문제가 불거지면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중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최근 신의주가 해외기업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데는 지난 8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6자회담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대북소식통은 "6자회담 이후 중국 혁명원로의 자제들인 태자당(太子黨)출신들이 먼저 북한에 행정장관을 맡고 싶다고 여러 차례 제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경제단체는 주로 유럽.일본.호주 등지에서 활동한 기업들로 국내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으나 올해부터 국내 기업들과도 합작투자 유치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개발연구원 조동호(曺東昊)북한경제팀장은 "북한의 이번 움직임은 金위원장이 특구로 결정한 신의주를 장기간 방치할 수 없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외국자본의 투자여력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단둥=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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