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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손발되어 평생 보낼터|완주「무지개 가족의 집」축성 벨기에 출신 지정환 신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한국인이 아니면서도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사랑하고 농민·지체부자유자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봉사해온 벨기에 출신 지정환 신부(61)가 3일 자신의 회갑연과 함께 전북 완주군 소양면 해월리 해월마을 「무지개 가족의 집」축성식을 맞아 『모든 것이 하느님의 축복』이라며 기뻐했다.「무지개 가족의 집」은 지 신부가 앞장서 세운 지체부자유자들의 보금자리.
「살아있는 성자」로 불리는 지 신부는 벨기에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르뱅대 철학과를 졸업, 예수회 성알베르도 신학교에서 사제서품을 받고 59년12월 한국에 왔다. 지 신부는 천주교 전주교구 성동성당 보좌신부를 시작으로 선교활동에 나서 올해로 32년째.
훤칠한 키, 파란 눈, 검붉은 턱수염 등 호남형의 지 신부는 83년 10월 전주 시린후동 쌍용아파트 한채를 빌려 장애인 모임인 「하나회」를 설립, 장애인 2명을 돌보다가 이웃에서 싫어하는 눈치를 보이자 구 성모병원으로 옮겼다. 그러나 수가 계속 늘어 이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게되자 독립시설을 마련키로 했다.
신자·독지가·본국의 지원으로 88년11월 해월마을에 부지 3백평을 매입, 지하1층·지상3층·연건평 2백75평의「1무지개 가족의 집」을 신축, 장애인 20명을 수용한 지 신부는 「2무지개 가족의 집」을 올해 4월 착공했다.
「1무지개 가족의 집」주변 4백평을 매입, 지하 1층·지상 2층·연건평 2백5평 규모로 세워진 「2무지개 가족의 집」에도 20명의 갈곳 없는 지체부자유자들이 수용돼 지 신부의 노력으로 전주 예수병원 등 전문진료기관에서 무료로 치료받는 등 혜택을 받고 있다.
지 신부가 한국에서 이뤄놓은 일들은 이밖에도 수 없이 많다. 60년대초 부안의 30만평 개간사업, 임실의 치즈공장 설립, 국내 신용협동조합 효시인 임실신협 창설 등 그의 발길과 손길이 닿는데 마다 「기적」이 일어났다.
지 신부의 회갑연을 경한 축성식에는 이반 디에스 주한 교황청대사, 천주교전주교구 이병활주교, 안드레 메르니에르 주한 벨기에대사, 지 신부의 친형 베르나르도씨(63), 전북대 김수곤총장 등 성직자·신자·관계자 등 5백여명이 참석했다.
『명이 다할 때까지 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장애인을 돕는데 몸과 마음을 다 바칠 것입니다.』【전주=현석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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