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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V 36부작 『여명의 눈동자』시청자 눈길 끌기 "부푼 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국내 시청자들의 안목을 가늠해볼 TV드라마 대작 한편이 설렘 속에 첫 방송을 기다리고 있다.
MBC-TV 대하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7일부터 내년 1월말까지 매주 수·목요일(7∼10일 나흘간은 특별방송) 오후9시50분 시청자와 얼굴을 마주하기도 전에 화제가 풍성하다.
MBC가 오랜만에 큰 마음먹고 60분짜리 36부작을 미리 만든 뒤 방송하는 작품이라 관심을 모으지 않을 수 없다.
말이 36부작이지 이처럼 규모가 큰 장기 드라마를 사전에다 만들어놓고 방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적당히 만들어놓고 시청률만 올리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시청자를 우습게 알아온 저간의 방송사 분위기를 감안할 때 이 작품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많은 요소를 갖추고 있다.
김성종 원작의 장편소설을 각색한 이 드라마는 일제말기, 해방, 6·25로 이어지는 현대사 속에 휘말린 인간상 조명에 초점을 맞추었다.
89년10월 기획이래 완성까지 꼬박 2년이 걸렸으며 중국·필리핀 등지에서 장기간 해외촬영을 강행, 그 동안 심심찮게 세인의 관심을 끌어왔다.
풍광이 뛰어난 중국 계림의 삼강·이당·백사·대허·조삭과 하얼빈. 상해, 필리핀의 밀림지역, 국내의 옛 목포교도소·국립보건원·옛 제일은행 내부 등 드라마 내용을 받쳐줄 무대배경이 볼거리로는 그만이다.
출연진도 주목할만하다. 이번 작품을 위해 그 동안 다른 드라마에는 출연하지 않은 최재성·채시라·박상원의 세 주인공을 비롯, 최불암·이정길·박인환·김흥기·김동현·배종옥·대니스 크리스틴 등 쟁쟁한 국내외 연기자들로 짜여져 있다.
인원 면에서도 김종학PD 등 스태프 40여명, 국내외 등장인물 2백80여명(연인원), 엑스트라2만7천여 명을 동원, TV방송사상 유례없는 규모를 기록했다.
총 제작비는 20억원을 웃도는 수준. 중국·필리핀 등 해외제작비용이 국내보다 싸게 먹혀 편당 제작비는 80∼90분짜리 국내 특집물과 맞먹는 5천7백여만원이 들었다는 게 제작진의 말이다.
얼핏(?)들여다보아도 꽤 괜찮게 꾸며진 작품이라는 느낌을 준다. 우선 이 작품은 이념이나 민족 등 묵직한 주제를 필요이상으로 부각시키지 않았다. 그보다는 이지러진 현대사의 뒤안길에서 스러져갈 수밖에 없었던 등장인물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려 했다.
반면 제작진의 열의가 크다보니 안방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장면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시청자들을 당황하게 할 공산도 크다는 지적이다.
정신대와 학병으로 끌려간 주인공들이 모진 환경 속에서 꽃피운 사랑을 극명하게 영상으로 처리한 장시간의 애정표현, 조선인 학명을 차별하는 일본군의 학대에 반항하는 과정에서의 폭력장면 등….
TV에 관한 한 낯뜨겁고 파괴적인 장면묘사가 나왔다하면 작품성과는 관계없이 교육적 차원에서 크게 비난받는 현 풍토에서 제작진이 다소 양보했어야 할 부분이다.
시청자들 또한 이번 작품이 TV드라마사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작품성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이 장면 저 장면 문제될만한 것만 골라 작품이 어떻다고 속단해버릴 경우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하게 될 소지가 있다는 게 이 작품의 실체라고 보면 된다.<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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