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학생 경호원 … '왕따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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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설경호업체는 2005년부터 학생을 대상으로 무료 경호 서비스를 하고 있다. 주로 등하굣길에 벌어지는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경호업체 관계자는 "정작 경호를 의뢰한 학생 수는 2년간 10명 정도였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런 무료 신변보호 서비스를 3월 중순부터 정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시행할 것이라고 26일 발표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확정한 15가지 학교폭력 예방 근절 대책 중 하나다. 학교 폭력을 당하거나 위협을 느끼는 학생이 학교나 시.도교육청에 신청하면 민간 경호업체나 경호자원봉사대의 보호를 받게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일부 대책은 실효성이 의문시되거나 오히려 폭력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쏟아져 나온 학교폭력 대책=등하굣길 신변보호를 희망하는 학생들은 6단계(경호요청, 시.도교육청 접수, 시.도교육청의 경호지원 기관 분류, 경호 요청, 경호원 파견, 경호 지원)를 거쳐 신변보호를 받는다. 교육부 심은석 학교정책추진단장은 "시.도교육청과 민간 경호업체 등이 협약을 맺어 무료로 서비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폭력을 당해 정서가 불안하거나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방과 후 '친한 친구 교실'(가칭)에서 교육을 받는 방안이 제시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종의 대안 교육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가해학생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형사 고발 직전에 있는 가해 학생은 올해부터 부산.광주.청주.안산 지역에 있는 '대안 교육 센터'에 들어가 5~7일간 교육을 받는다. 이 시설은 과거 소년원 시설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가해 학생 학부모들도 학생과 함께 특별 교육을 받는다.

학교 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전국 75개 학교 주변에 경찰관을 배치하는 것도 추진되고 있다. 교육부는 3월부터 3개월간 시범 운영해본 뒤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실효성 의문"=대책이 나오자 이에 따른 관련 단체나 전문가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교총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신변보호 서비스를 비판했다. 교총은 "경호지원 사업은 6단계를 거쳐야 하는 등 복잡한 데다 가해 학생에 대한 대책은 없는 등 주객이 전도돼 있다"고 밝혔다. 가해 학생을 교육하는 '대안교육센터'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동국대 법학과 박병식 교수는 "가해학생을 모아놓은 교육센터에서 가해학생 중 일부는 또다시 피해 학생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교육센터를 거친 학생들이 '전과자'란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현재도 매년 2만 명이 넘는 중도탈락 학생이 학교로 돌아오려면 교육당국의 교육 프로그램을 거치도록 하는 제도가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해 복귀하지 못하고 있어 교육부가 새로 내놓은 대책의 실효성이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번 대책에서는 학교폭력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학교나 교사의 역할이 빠져 있다. 교사가 가해학생을 일대일로 지도한다는 내용은 있지만 교사들이 학생들의 눈치를 보는 현실을 감안하면 비현실적이란 지적이다. 장맹배 청소년학교폭력예방단 사무국장은 "학교 폭력 피해 학생 대부분은 학교에서 제때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외부 기관에 도움을 요청한다"며 "피해학생을 교사가 도울 수 있도록 교사들에 대한 교육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올해부터 5년에 한 차례 폭력 예방 관련 연수를 받을 뿐이다.

강홍준.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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