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 누르니 해외부동산 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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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58만 달러(5억8000만원 정도)를 들여 미국 뉴저지주에 방 3개 딸린 40평대 아파트를 구입할 계획이다.

방 하나는 현지에서 유학 중인 대학생 아들이 쓰게 하고 나머지는 임대키로 했다. 김씨는 교육환경이 좋아 임대를 원하는 학생들이 많아 연간 7% 정도의 임대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김씨는 “침체돼 있는 국내 부동산시장에서는 마땅히 여윳돈을 굴릴 데가 없어 해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2. 한의사인 박모(65)씨는 태국 웨스트샌즈에 있는 리조트 단지의 콘도를 구입하기로 하고 최근 계약했다. 28평 규모이고 가격은 18만 달러다. 틈틈이 이곳에서 골프 등으로 휴가를 즐길 생각이다.

박씨가 사용하지 않는 기간에는 현지 위탁관리업체를 통해 임대하기로 했다. 이 일대가 휴양지로 인기를 끌면서 콘도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란 기대도 그의 선택에 한몫했다.

해외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해외로 눈을 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내 부동산시장 침체는 관심을 더욱 키웠다. 국내 부동산 시장을 누르니 해외가 튀어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해외부동산은 국내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는 있어도 제도가 국내와는 다르고 지역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현지 사정부터 이해해야한다”고 말했다.

해외부동산 투자규제 빗장 풀려

정부는 지난해 5월 규제가 심했던 투자용 해외부동산 취득의 빗장을 풀어 100만 달러까지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해외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정부는 곧 투자용 취득한도를 100만 달러에서 300만 달러로 확대키로 했다. 투자한도는 국내 송금 한도를 뜻한다. 국내에서 300만 달러를 보내고 현지에서 200만 달러를 대출받으면 500만 달러 규모의 부동산도 구입할 수 있다. 300만 달러는 1인당 한도여서 부부가 각 300만 달러씩 600만 달러까지 투자할 수 있다.

정부는 해외부동산 취득 자금을 현지 부동산업체나 변호사를 통해 송금하거나 본인 명의의 해외계좌에 우선 송금(해외예금)한 뒤 매도인에게 낼 경우엔 한국은행에 신고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이제까지는 제3자를 통해 해외에 송금하거나 본인 명의의 해외계좌에 입금(5만 달러 초과)한 뒤 다시 매도인에게 대금을 내면 의무적으로 한은에 신고해야 했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우리나라만 해외부동산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내년 이후 투자한도를 아예 폐지할 계획이다.

급증하는 해외 투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해외부동산 규제가 완화된 지난 한해 동안 개인들의 해외 부동산 구입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개인이 취득한 해외부동산은 1268건 5억1000만 달러로 2005년 29건 900만 달러와 비교해 금액기준으로 57배 가까이 늘었다.

투자 규제가 풀리면서 투자용 구입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해외부동산 구입비용 가운데 거주용(2억7000만 달러)이 투자용(2억4000만 달러)보다 많았지만 거주용은 지난해 6월을 정점으로 줄어드는 반면 투자용은 증가하는 추세다. 미국에 투자된 돈이 가장 많아 전체의 48%를 차지했고 그 다음은 캐나다·중국·호주 등의 순이었다.

올 들어서도 해외부동산 투자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해외부동산 취득금액은 6400만 달러(182건)으로 지난해 12월(5600만 달러)보다 다소 늘어났다.

재경부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 개발사업이 활발하면서 이들 지역의 투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밖으로는 빗장을 풀면서 안으로는 더욱 강화하는 주택시장 규제가 해외 부동산 투자 급증을 낳고 있다”며 “투자한도가 늘어난 데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주택시장 전망이 밝지 못해 해외부동산 투자 욕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부동산 국내 분양도 활발

해외부동산 투자 붐을 타고 해외부동산의 국내 분양이 본격화되고 있다.

해외투자법인인 더비버리힐즈발리는 발리섬 남부에서 ‘풀빌라(개인전용 수영장이 딸린 별장형 단독주택)’ 단지를 분양한다. 120평형(1bed) 14가구, 180평형(2bed) 10가구 등이다. 투자자에게 계약 후 5년 동안 연 8%의 세후 수익을 확정적으로 보장해 준다.<사진 참조>

미국 해외부동산 컨설팅업체인 리워치코리아는 27일 롯데호텔에서 에밀리 푸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 아태지역총재의 미국·중국 등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주제발표를 하고 중국 항주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 설명회를 갖는다.

미국부동산투자관리회사 코우사는 미국 맨해튼에 짓는 호텔식 아파트인 소호 트럼프타워를 미국에서 분양하기에 앞서 한국에서 다음달 사전청약할 접수할 계획이다. 가재도구가 완비돼 있고 전용면적 12∼64평 413실이다.

다국적 부동산서비스 회사인 CBRE(씨비리차드엘리스)는 태국 방콕 수쿰비트의 고급 아파트 밀레니엄 레지던스를 분양한다. 전체 604가구중 50가구가 국내 판매물량이며 크기는 26∼58평 규모다.

루티즈코리아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오피스 빌딩과 주메이라 비치의 주상복합단지, 필리핀 세부의 주거시설, 태국 푸켓의 리조트 등을 분양하고 있다.

#규제 완화로 해외부동산 투자 크게 늘어

#해외부동산투자 어느 나라에 많나(2007년 1월 기준)

총 182건
미국 50건(27%), 말레이시아 32건(18%), 캐나다 22건(12%), 중국 19건(10%), 베트남 14건(8%), 태국 등 기타 동남아시아 21건(12%), 뉴질랜드 9건(5%), 기타 15건(8%)
자료:재정경제부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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