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댈 언덕'은 브랜드 파워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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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기업 브랜드 전략의 대가로 꼽히는 오쿠다 히코우(奧田飛功.53.사진) 닛산자동차 브랜드 오피스 소장이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브라비스 인터내셔날 주관의 브랜드 전략 세미나에 참석하러 24일 한국에 왔다.

그는 1995년 소니에서 일본 업계 최초로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는 브랜드 오피스를 만들었다. 규슈대학 법학과를 나와 67년 소니에 입사해 인사팀과 미국법인을 거쳐 89년부터 상표의장실장을 맡으며 브랜드 업무를 전담했다. 2002년 닛산으로 옮겨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소니에서 브랜드 오피스를 시작했다고 했는데.

"95년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전 회장이 홍보 담당 전무 시절에 만들었다. 이후 소니의 브랜드 파워는 전자업계 1등일 뿐 아니라 세계 최고였다. 문제는 소니의 본질적인 기능에서 생겼다. 소니는 소비자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혁신 제품을 재빨리 내놓는 스피드가 경쟁력이다. 휴대용 트랜지스터 라디오과 TV, 워크맨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그런 게 소니야(It's a SONY)'라는 인식까지 생겼지 않은가. 디지털 시대가 오면서 스피드를 쫓아 가지 못했고 점점 제품개발 기능이 약해진 게 몰락의 원인이다."

-브랜드 오피스는 뭐 하는 곳인가.

"브랜드 전략은 홍보.마케팅.디자인.영업.총무.생산 등 전 분야에 스며 있다. 이런 브랜드 관련 업무를 총괄해 전체 전략과 실행계획을 세우고 목표치를 부여하는 곳이 브랜드 오피스다. 기업의 로고부터 명함디자인, 제품 이름을 짓는 네이밍 같은 걸 총괄한다.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라는 안목에서 부서간 횡적으로 브랜드를 보자는 것이다."

-한국 기업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자동차나 IT 제품은 점점 브랜드가 구매를 좌우한다. 요즘 비슷한 가격의 자동차는 품질.상품성에선 큰 차이가 없다. 현대차는 최근 수년간 품질 선두권에 올라섰지만 브랜드는 아직 약하다. 독특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게 하는 감성적인 디자인을 개발하고 이를 브랜드화해 내는 게 우선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휴대전화.디지털 미디어라는 상품군을 하나의 브랜드 이미지로 묶어내 시너지를 발휘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별도의 브랜드 총괄 조직이 필요하다."

-기업의 위기관리에도 브랜드 오피스가 필요한가.

"자동차 업체에 리콜이라는 위기가 닥쳤다고 가정하자. 홍보는 언론을 상대로 해명하는 자료를 내고 영업은 판매가 줄지 않도록 전략을 짠다. 생산에선 일부 차종의 문제라고 해명할 거다. 이 때 부서간 이기주의라고 할까. 서로 책임을 미룰 수도 있고…. 브랜드 총괄 조직이 있다면 위기관리를 포함해 회사 전체를 보는 시각에서 브랜드를 손상시키지 않고 대응 전략을 짤 수 있다."

-일본 기업에선 브랜드 오피스 조직이 많은지.

"소니를 시작으로 2000년 이후에 닛산.혼다.캐논 등 소비자 접점이 많은 대기업들이 도입했다. 닛산은 홍보.영업.마케팅 등 개별 부서에 브랜드 관리를 위한 평가지표(KPI)를 개발해 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점검한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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