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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적인 분야로 자금흐름 유도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돈이란 우리 일상생활과 밀접한 것인만큼 자고로 이것을 둘러싼 흥미있는 얘기거리도 많다.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는 『돈이 가는 길에는 모든 문이 열려 있다』고 하면서 돈의 유용성을 강조한바 있다. 돈이란 이처럼 항상 유용한 것인가. 돈은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니고 베이컨이 『돈은 최보의 종(노비)이요, 최악의 주인』이라고 지적했듯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사용하는 방법에 따라 국민경제에 선악이 다르게 나타난다.
그동안 우리사회는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사회복지의 증진등 선진국을 향한 착실한 발돋움을 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이기는 하나 사회 일각에서는 호화사치 풍조가 번져가고 부동산투기와 향락산업의 번창등 건실한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만연하고 있으며 현재의 연장선상에서 시간만 지나면 선진국이 되는 것처럼 착각하는등 「중진국 성공신드롬」의 환상속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이나 된양 해외여행에서 싹쓸이 구매를 하는등 분에 넘치는 소비행태를 보여 외국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많다. 또 우리나라 호텔비용이 동경과 뉴욕 다음으로 비싸고 음식값은 세계에서 제일 비싸면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 파행적인 소비행태를 말해주고 있다. 이런 소비행태가 시중자금의 흐름을 왜곡시키면서 경제에 주름을 지우고 또 선진국들로부터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고 비웃음을 사게 한다.
이같은 자금흐름의 왜곡현상은 우리나라에서만 발생하는 것인가. 물론 어느나라든지 돈은 부동산투기나 향락산업동 소비성이 짙은 분야로 흐르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경제의 올바른 성장과 내실있는 기반을 다지고 있는 선진국의 경우 돈의 물꼬는 생산적인 분야로 흐르고 있다.
이와 같은 점들을 고려해볼때 「중진국 성공 신드롬」을 극복하고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소비적인 시중자금을 생산적인 기술개발자금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기술개발채권형 복권이나 기술개발관련 장기무기명 채권을 발행해 시중의 유휴자금을 흡수하거나 경륜·경정등 공익사업 수익금의 일정률을 기술개발자금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경륜·경정 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일본은 89년의 경우 수익금중 7천억원정도를 기술개발자금으로사용하는등 산업기술 개발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재정에 주름을 주지 않고 기술개발 투자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수 있다. 우선 시중자금이 기술개발 자금화함에 따라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어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성장기반을 구축할수 있고 또 자금의 흐름이 건전하게 됨으로써 그동안 과소비·향락산업의 번창으로 생겼던 각종 사회적·경제적인 병페가 치유될 수 있어 올바른 경제윤리가 정착되게 된다. 이것이야 말로 「도랑치고 가재도 잡는」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쓰비시 종합연구소의 마키노 노보루(목야승)교수가 그의 저서 『제조업은 영원하다』에서 일본의 경제력이 세계 최고수준인데도 제조업의 성장을 위해 더욱 채찍질을 가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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