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태그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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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금요일이던 지난 23일 박모(43.회사원)씨는 차를 몰고 서울 금호동 금호터널을 통과하다 '요일제 준수를 바랍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 박씨 차에 붙어 있던 '금요일 쉬는 차'라는 전자태그를 터널 입구에 설치된 인식기가 감지한 것이다. 서울시는 요일제 위반 차량이 나타나면 운전자의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그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민망했다"며 "앞으로 요일제를 잘 지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월부터 서울에서 시행 중인 전자태그 방식의 승용차 요일제가 1년 만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첨단 인식기가 요일제 위반 차량을 찾아내 운전자에게 통보하는 데다 세금 및 터널 통행료 감면 등의 혜택 때문에 많은 운전자가 요일제에 참여하고 있다.

전자태그 방식의 승용차 요일제는 전자칩이 내장된 태그를 자동차에 붙이고 특정 요일에 운행하지 않으면 자동차세 5%(2000cc 기준으로 3만원)와 남산 1.3호 터널 혼잡통행료(2000원) 50%를 깎아주는 제도다.

◆위반율 절반으로=서울시는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요일제 스티커를 시행하다 지난해 1월에 전자태그제로 전환했다. 스티커를 붙이고도 실제로는 요일제를 지키지 않는 '불량 차'를 솎아내기 위해서다. 과거 스티커를 붙일 때도 자동차세 감면과 혼잡통행료 혜택을 주었지만 무늬만 요일제인 차량을 제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자태그를 도입하면서 위반 차량을 인식기가 꼼꼼히 잡아내자 승용차 요일제를 위반하는 운전자가 크게 줄었다.

지난해 초 1.1%이던 위반율은 최근 0.5%로 낮아졌다. 남산 1.3호 터널만 보면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터널 통과 차량의 요일제 위반율이 하루 평균 13%였으나 현재는 7.1%로 떨어졌다.

요일제에 참여하는 운전자도 늘고 있다. 현재 전체 자동차(10인승 이하 승용차 및 7~10인승 승합차) 219만 대 중 30%인 65만 대가 전자태그를 달았다. 지난해 2월에는 전자태그를 단 차량이 2%에도 못 미쳤다.

◆"요일제 3회 위반하면 통행료 혜택 없어"=서울시는 올 들어 전자태그 인식기를 주요 교통혼잡지역.터널.지하차도 등에 추가로 15대 더 설치해 27개로 늘렸다.

서울시 윤성수 승용차요일제팀장은 "인식기를 더 설치해 운전자가 요일제를 위반할 때 즉각 알려주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요일제를 연내에 3회 위반하면 그해에는 자동차세와 혼잡통행료 감면 등의 혜택을 주지 않는다. 올 들어 현재까지 3회 이상 요일제를 위반한 운전자는 4000명 선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절반에 그쳤다.

성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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