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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학교 수업시간 연장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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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중등학교에서 '수업시간 늘리기' 바람이 불고 있다. 수업시간이 다른 나라보다 적어 학생들의 학력이 뒤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4일 AP통신에 따르면 수업시간 확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불고 있는 지역은 매사추세츠주와 플로리다주. 이 지역 일부 학교에서는 하루 6시간30분 정도였던 평균 수업시간을 8시간으로 늘렸다. 특히 매사추세츠주 당국은 650만 달러의 별도 예산을 확보하고 10개교를 수업시간 확대 시범학교로 지정,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주 당국은 시범 운영 결과 학생들의 성적이 두드러지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나면 수업시간 확대를 다른 학교로 넓혀갈 계획이다.

이들 시범학교에서는 이전까진 예외 없이 쉬었던 토요일에도 수업을 실시, 전체 학습 시간을 최고 50%가량 늘렸다. 이 같은 시도에 대한 최종 연구결과는 아직 안 나왔지만 일단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미네소타.뉴멕시코.뉴욕주 및 워싱턴DC 등에서도 수업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미국 내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일어난 건 학생들의 수업시간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너무 적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수업일수의 경우 미국 학교들이 180일이지만 유럽 국가들은 190~210일, 일본은 240일이나 된다.

미 교육전문 연구기관인 '에듀케이션 섹터'에 따르면 미국 학생들의 평균 학습시간은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보다 10%가량 적다. 학습시간이 부족한 탓인지, 미국 학생들은 2003년 실시된 '국제 수학.과학 능력 동향 시험 (TIMSS)'에서 29개 OECD 국가 중 24위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지난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내놓은 '낙제생 방지법(No Child Left Behind)'이 수업시간 연장 바람의 기폭제가 됐다. 이 법에 따르면 각급 학교는 초등학교 3학년생부터 고교생까지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읽기와 수학 시험을 치러 학력을 평가받아야 한다. 그 결과 성적이 나빠 불합격한 학생이 일정 수준 이상을 넘는 학교에는 교육 당국이 연방예산 지원을 줄이는 등 제재를 가하게 된다.

이와 함께 미 의회에서도 매사추세츠주에서 진행 중인 수업시간 연장 시범 실시의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상원 교육감독위원회는 결과가 좋게 나올 경우, 낙제생 방지법에 따른 기준에 미달한 학교에 수업일수 연장을 권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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