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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IT시대] '연출: 나, 출연: 나' 동영상이 인터넷 달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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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강남역. 설 연휴 마지막 날을 즐기기 위해 나들이에 나선 인파 속에서 빨간 내복을 입은 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어디론가 바쁜 걸음을 움직이는 그를 보고 곳곳에서 "내복남이다"라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거리를 지나던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내복남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정류장에서 퇴근 버스를 기다리던 김현준(45)씨는 "한겨울에 내복만 입고 돌아다니기에 미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알아보는 걸 보니 유명한 사람인 것 같다"고 말했다.

빨간 내복의 주인공은 인터넷에서 '내복남'으로 통하는 백두현(23)씨. 백씨는 동영상 UCC(사용자 제작 콘텐트)로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면서 최근엔 모 통신회사의 CF에 출연했다.

내복남 외에도 동영상 UCC로 스타가 된 예는 많다. 캐논 변주곡을 록 버전으로 연주한 임정현(24)씨는 그의 동영상이 전 세계 네티즌의 시선을 끌면서 뉴욕 타임스에 소개됐다. 뇌성마비 장애인 김경민(27)씨는 피아노 치는 동영상으로 유명세를 타 최근에는 단독 콘서트도 열었다. 기존 미디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타 만들기가 최근엔 동영상 UCC에서 이뤄지고 있다. 다음달에는 구직자가 자신의 홍보 동영상을 제작해 대기업 인사담당자에게 제출하는 UCC 채용박람회까지 열린다. UCC를 올려 네티즌의 호응이 좋으면 현금을 지급하는 인터넷 사이트도 수두룩하다. 방송사 프로그램에서도 UCC는 시청률을 올리는 인기 콘텐트로 자리 잡았다.

동영상UCC가 이처럼 온.오프라인을 뛰어넘어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자 포털의 UCC 확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하다. 국내 동영상 UCC 시장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 판도라TV는 2004년부터 2년간 25억 페이지뷰와 방문자 1억5000만 명을 기록했다. 올 2월 하루 순 방문자도 100만 명에 육박해 포털에 가까운 수준이다. 판도라TV는 지난달 하루 순 방문자가 평균 75만5363명으로 지난해 8월 28만1469명에 비해 268%의 성장률을 보였다. 판도라 TV 외에 다른 동영상 사이트도 지난해 하반기 기준 200%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엠엔캐스트는 296%, 엠군과 디오데오는 각각 188%와 78%를 기록했다. 다모임의 동영상 섹션인 아우라의 하루 방문자는 30만 명에 달한다. 동영상 사이트의 선전에 포털들도 너나없이 동영상 UCC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네이버와 다음이 동영상 검색 서비스에 이어 각각 '플레이'와 'TV팟'이라는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음은 올해 동영상 UCC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인터넷 최고 인기 콘텐트로 부상한 동영상UCC 서비스에서 우위를 확보해 네이버에 넘겨준 포털 1위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다. 네이버 역시 동영상UCC를 둘러싼 저작권 논란이 가닥을 잡아가자 동영상 UCC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도 사진 중심의 싸이월드에 동영상 UCC를 올릴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정비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하락을 계속했던 프리챌은 'Q'라는 동영상서비스의 약진에 힘입어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동영상 UCC 사이트를 둘러싼 인수합병(M&A) 바람도 거세다. 연예기업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2월 다모임에 62억원을 출자해 지분 55.54%를 사들였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1일 다모임에 유상증자 배정 방식으로 30억원을 추가 투자해 지분을 65%로 늘렸다. 대형 포털들이 눈독을 들이는 판도라TV는 지난해 중순만해도 500억~600억원대이던 시장가치가 최근엔 1000억원대로 뛰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경희사이버대학교 민경배(NGO학과) 교수는 "동영상 UCC는 향후 인터넷 문화를 주도할 콘텐트"라며 "저작권 문제만 해결되면 그 영향력은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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