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허허벌판 보여주고 "여기가 겨울올림픽 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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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올림픽파크가 건설될 곳입니다." 소치 유치위가 IOC 평가단과 취재진에 집들이 드문드문 있는 벌판을 보여주며 주경기장·빙상장·미디어센터 등이 들어설 부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소치의 겨울올림픽 유치 계획은) 엄청난 도전(significant challenge)이다."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 희망 도시인 러시아 소치에 대한 현지 실사를 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이가야 지하루 평가위원장은 24일(한국시간) 평가 일정을 정리하는 기자회견에서 소치의 대회 개최가 쉽지 않은 일임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이가야 위원장은 "앞으로 적지 않은 경기장과 시설들을 건설해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7년밖에 없다"며 "이 모든 일을 조정해 나가는 것은 분명 도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가야 단장이 밝힌 대로 소치는 스키 슬로프 외에 제대로 갖춰진 시설이 없어 그간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평가단은 앞서 정치 상황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23일 빙상 경기장 부지를 둘러보고 경기장 건설 계획을 설명받은 뒤 "계획대로만 된다면 좋다. 그러나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 러시아의 상황이 바뀌지 않겠는가"라며 내년 3월 러시아 대통령 선거를 주요 변수로 꼽았다.

이날 소치 유치위원회는 조사평가단을 흑해 연안의 이메레틴스카야 계곡으로 안내했다. 그곳은 그냥 벌판이었다. 유치위는 이곳에서 약 2.5㎢의 부지에 개.폐회식이 열릴 주경기장과 스피드스케이팅, 아이스하키, 피겨와 쇼트트랙, 컬링 등 5개 빙상장, 그리고 선수촌과 미디어센터를 모두 세우겠다는 계획을 브리핑했다. 주경기장은 19세기 러시아 황실의 보물로 유명한 '파베르제의 달걀' 모양을 본떠 만들겠다고 했다.

유치위 관계자는 "역대 겨울올림픽 사상 가장 콤팩트하게 모여 있는 시설이 될 것"이라며 "선수들은 자기 방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도 경기장까지 10분이면 갈 수 있다"고 자랑했다.

IOC 평가단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일단 계획 자체에는 만족했다. 계획대로 경기장과 선수촌이 지어진다면 겨울올림픽을 치르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불확실성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었다. 모든 빙상 경기장을 7년 안에 지어야 하는데 과연 순조롭게 진행되겠느냐는 것이다. 그중 가장 큰 변수가 내년 대통령 선거다. 소치는 현재 푸틴 대통령의 진두지휘에 따라 유치전을 치르고 있다. 그러나 대선 결과에 따라 정책이 바뀌거나 지원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소치 유치위 측은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했다. 키릴 안드로소프 경제개발 차관은 "선거 결과는 소치 올림픽 유치에 대한 정책에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국가 정책은 여론에 기초하게 돼 있는데 올림픽 유치에 대한 사회적 지지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20억 달러를 소치 개발에 투자해 시설을 완비하겠다는 계획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반복했다.

소치=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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