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관광 아닌 체험' 여행 흐름을 바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셀프여행족(이하 셀프족)의 여행 방식은 다양하다. 스타일, 맛집, 쇼핑 등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게 여행을 직접 디자인한다. 관련 업체들도 '큰 손'으로 떠오른 셀프족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늘어나는 여행수지 적자 해소를 위해 국내 여행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여행 색깔 제각각=회사원 서진경(30)씨는 지난해 12월 미국 뉴욕에 2주 동안 '정착 여행'을 다녀왔다. 뉴욕에 머물며 현지인처럼 생활했다. 카페에서 브런치(아침 겸 점심)를 먹고 서점을 돌아본 뒤 상점가를 걸었다. 센트럴 파크를 산책했고 며칠동안 미술관만 구경하기도 했다. 서씨는 "뉴요커처럼 생활하고 싶어 정착 여행을 결심했다. 관광지 구경은 피곤해서 싫다. 혼자서 여유를 즐기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셀프족들은 주로 블로그를 통해 여행 정보를 교환한다. NHN에 따르면 이 회사가 운영하는 네이버(www.naver.com) 블로그 중 여행 정보가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달 이 사이트에 등록된 셀프족의 여행 정보는 모두 7376건. 지난해 같은 기간(1721건)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회사 이경률 대리는 "다른 이의 여행 정보를 원하는 셀프족이 늘어 최근 '여행 노하우'라는 메뉴를 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주부 신서영(40)씨는 이달 초 부모님과 딸(7), 동생 두 명과 함께 일본 큐슈로 온천 여행을 다녀왔다. 신씨가 직접 여행지를 정하고 인터넷으로 항공편과 숙소를 예약했다. 블로그를 뒤져가며 여행 일정도 직접 짰다. 예산은 패키지 여행보다 넉넉하게 잡았다. 왕복 비행기 값에 온천이 딸린 '료칸(일본식 숙소)'까지 1인당 80만원이 들었다. 신씨는 "원하는 스케줄대로 편안하게 다녀 그런지 가족 모두 좋아했다"고 말했다.

◆업계 "셀프족 잡아라"=셀프족이 늘면서 여행업계의 대응 역시 발빠르다. 맞춤형 여행 상품을 강화하고 전용 시스템 구축 등에 나섰다. 하나투어 김희선 과장은 "셀프족은 여행을 자주 하고 씀씀이도 크다"며 "이들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해외 항공권과 호텔 예약 시스템에 올해 100억원 이상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 소비자 대신 호텔과 항공편을 예약하고 현지 연락망 등을 알선하는 '퍼즐팩'도 판매하고 있다.

내일여행사는 올해 셀프 여행객을 4만 명까지 유치할 계획이다. 지난해(1만6000명)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회사 김희순 이사는 "여행객 취향에 맞춰 현지에서 발레.뮤지컬 등을 예약해주기도 한다"며 "반응이 아주 좋다"고 말했다. 모두투어는 지난달 셀프 여행만 취급하는 온라인 자회사 '프리모두'를 설립했다. 온라인 여행사 투어익스프레스는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여행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해모수닷컴(www.hemosoo.com)'을 4월에 개설할 예정이다.

◆국내 관광은 제자리걸음=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관광객은 2005년보다 8%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해외출국자 수는 2005년보다 15.2%나 증가해 3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호원대 장병권(호텔관광학부)교수는 "여행에 대한 소비자의 눈높이는 올라가는데 국내 관광 인프라는 이에 못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셀프족의 발길을 국내로 돌리게 하기 위한 한차원 높은 관광자원 개발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한국관광공사 신옥자 TT(관광 테크놀로지)기획팀장은 "등대만 돌아보는 상품이 나오는 등 차츰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대 홍기택(경제학과) 교수는 "셀프족이 늘며 여행수지가 악화되고 있지만 꼭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며 "해외 여행은 많은 경험과 지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홍주연.김한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