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빗장 열자|한국상륙 경쟁|높은 성장잠재력등 눈독|8월말 현재 78억불 투자|고임금주며 고객 구미 맞는 상품개발…금융·유통업으로 확산|진출현황·경영전략·사업계획을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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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국시장이 세계를 향해 활짝 열리고 있다.
경제의 개방화·자유화라는 국제적 추세에 따라 우리정부가 올들어 외국인지분 50%이하 제조업투자의 신고제 전환, 소매업 유통시장 개방등 잇따른 개방조치로 빗장을 풀자 한국시장에서 다국적기업들의 활동무대도 넓어졌다.
지난7월 세계최대 종합도매업체인 네덜란드의 SHV 홀딩사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사계가 거액의 한국투자승인을 받아 외국기업들의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중 듀폰과 셸등은 한국내에서 여러업종에 참여, 보다 적극적인 경영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집약적 산업에 손을 댔던 일부 다국적기업들은 경영악화로 우리나라에서 떠나기도 했지만 듀폰등은 한국의 높은 성장잠재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은 경제발전에 여러가지 많은 걸림돌이 나타나고 있으나 확대되는 소비시장, 잘 훈련된 인력등 한국이 주는 매력이 적지않아 한국시장에 뿌리내릴 근거지를 선정하려는 실력겨루기가 상당기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같은 현상은 다국적기업들이 구미시장은 이미 파고들 여지가 적다고 판단, 경제성장속도가 빠른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집중공략대상으로 삼고있는 세계전략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국내에 진출해있는 주요 다국적기업들은 어떤 경영전략으로 한국에 토착화하려하는 것일까.
다국적 기업의 전반적 진출현황을 살펴본 뒤 IBM등 국내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5개 외국기업의 독특한 경영·시장침투 전략, 인사관리, 개방화시대을 맞은 사업다각화 구상을 점검해 본다.
다국적기업의 국내진출은 62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30년째를 맞고 있다. 재무부에 따르면 8월말현재 외국인투자는 2천2백43건에 77억9천만달러로 투자액중 44.2%는 일본, 26%는 미국기업이어서 미·일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유럽계는 24%(네덜란드 9.7%, 독일 4.2%, 스위스 3.8%등)다.
이들 2천여개 외국기업 가운데는 1∼2개국에만 투자하고있는 경우도 많으나 여러나라에 투자거점을 두고 있는 이른바 다국적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
이들 기업의 투자액을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이 64%, 서비스업이 35%, 농림업 0.4%등이며 종사자는 32만여명(노동부조사)에 이른다. 이들의 투자액과 본국 송금액은 매년 늘고 있어 지난해 1억7천만달러였던 배당금 송금액이 올해는 l억8천만달러선이 될 전망이다.
재무부에 따르면 올들어 제조업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부진하고 금융·무역등 서비스업투자가 늘고 있으며 특히 대형 유통업체의 진출이 가속화돼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외채부담없는 외자도입이라는 점에서 우리정부가 각종 특혜를 주어가며 유치했던 다국적기업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즉 ▲기술이전및 경영기법 전수 ▲수출확대 ▲고용창출등 긍정적 면이 있는 반면 ▲특혜에 의한 폭리 ▲공해산업 도입 ▲경쟁력이 약한 국내 관련 산업도산 ▲덤핑공세 ▲갑작스런 철수에 따른 사회문제등 부정적 측면도 있는 것이다.
「한반도 슬픈소리 전집」「판소리 전집」「판소리 적벽가」「판소리 흥보가」. 전세계 1백32개국에 지사를 가진 미국의 대표적 다국적기업인 IBM의 한국지사가 『「기업시민」으로서 한국사회에의 기여』를 위해 채보와 음반출반을 지원, 만들어낸 전통음악 음반들이다.
한국 IBM은 이와 함께 컴퓨터 전공대학생에 대한장학금 지급, 장애자 지원사업, 한국 과학자 39명의 미IBM연구소 파견연구사업, 컴퓨터 학술세미나 개최등을 통해 미국기업이라는데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올해로 한국상륙 24년째를 맞는 한국IBM은 특히 지난 3월 23년간 IBM사원으로 일해온 한국인 오창규씨(47)를 사장으로 앉히고 한국토양에 뿌리를 내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직원의 내국인화도 꾸준히 진행돼 전국 1천5백명의 종사자중 외국인은 단 3명일 정도다.
인사관리를 보면 임금은 비밀주의이며 직속상급자의 인사고과에 의한 업적별 개인 인상위주로 되어있다. 종업원 지주제도등 복지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한편 금품수수금지등 직원업무지침을 두고 있다.
한국 IBM은 지난해 매출액이 5천억원을 돌파했으며 순이익도 2백31억원으로 1년새 2.7배나 뛰는 고속성장을 보여 세무당국의 주시를 받을 정도였다. 지난 7월 앞으로의 역점사업인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설립했으며 국내업체들과 공동개발을 해 해외에 수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10월22일 울산시룡령동 한국듀폰 특수폴리머 공장 기공식에서는 외국기업에서 상상키 어려운 장면이 벌어졌다. 버디 홀공장장등 임직원들이 돼지머리등을 차려놓고 공사의 안전을 비는 고사를 한국식으로 지낸 것이다.
이 공장은 77년 국내에 상륙, 화학·섬유·전자등 부문의 첨단소재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한국듀폰의 네번째 계열사다. 듀폰 역시 한국화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현재 4백50명의 계열사직원중 15명이 외국인이다.
듀폰은 86년부터 경남 온산에 이산화 티타늄(백색안료)공장 건설을 추진하다가 국내에서 공해기업으로 몰린 탓으로 환경보호기업임을 앞세우는 「그린 마키팅」에 주력하며 이미지를 바꾸려하고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듀폰은 에드가 울라드회장의 「기술역량이 있는 기업이 앞장서서 환경보전활동을 해야한다」고 주창하는 각종 연설문과 전세계 39개국에 2백여개 공장을 갖고 있는 듀폰이 환경과 안전을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소개하는 팸플릿을 만들어 국내에 돌려왔다. 한국듀폰은 공기·물·땅을 형상화한 환경보호로고를 사용하고 있고 4월22일 지구의 날에는 과도한 비닐소비를 줄이는 운동으로 천으로 만든 장바구니를 제작, 배포해 눈길을 끌기도했다.
한국듀폰은 이산화티타늄공장건립을 반대해온 온산주민대표들을 올 3월 미국의 공장에 견학보내 주민피해가 없음을 설득, 결국 5년만인 올해말 공장을 착공하게됐다.
지난해 미국 엑슨사를 누르고 세계 최대 석유메이저로 등장한 네덜란드와 영국의 합작사인 로열더치셸은 국내에서 셸 퍼시픽·한국셸·금호 셸·애경 셸등 4개 회사에 투자하고 있다.
세계 l백4개국에 2천여개의 운영회사가 있는 셸은 현지화·분권화를 경영이념으로 해 각 국가속에서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전략을 쓰고 있고 한국내 4개 계열사 역시 마찬가지다.
주력회사인 셸 퍼시픽의 케이즈 린세 사장(네덜란드인)은 『우리는 외국회사이지만 한국회사로서 비추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한국내 시장사정도 한국인 직원들이 가장 잘 아는 만큼권한을 이양, 직원들이 사업에 있어서 결정을 내리게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셸 계열사 직원 6백여명중 외국인은 7명에 그치고 있다.
미쓰비시 상사의 서울지점은 지난해 수출입 알선이 28억달러로 일본계 무역회사중 1위를 기록했다. 1년전의 10억달러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다만 수입과 수출이 3대1 비율이어서 무역역조를 보이고있다.
미쓰비시상사는 전세계의 지점망을 통해 각종 상품의 거래추세등을 즉시 입수하는 장점이 있어 거래선에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시장전략으로 삼고있다.
이 회사도 현지화에 노력을 기울여 2년전 재일교포인 최문활씨를 첫 한국계지점장으로 임명했으며 원래는 부장도 모두 일본인이었으나 현재는 10명중 2명이 한국인이다.
이 회사는 신입사원에 대해 각각 지도선배를 지명, 술 마시는 법에서부터 문서작성까지를 가르치는 제도가 있다.
내년초 일본회사에 대한무역업이 수출에 한해 완전개방되면 미쓰비시상사는 국내 몇개 중소업체와 협력해 자신들의 품질관리와 보증아래 기계·자동차부품을 생산, 해외에 수출하는 사업을 할 계획이다.
미국계인 이 은행 관계자들은 고객들로부터 『시티은행은 무슨 고객상대 설문조사를 그렇게 자주하느냐』는 얘기를 종종 듣는다. 새금융상품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다른 은행과 달리 고객상대 조사를 실시해 경영에 반영하는 시책을 쓰고있기 때문이다.
이 은행은 금융상품 마키팅개념이 없는 일반 은행과 달리 마키팅을 중시, 영업본부를 두어 전체 경영을 선도하게 하고 있으며 외국은행중 유일하게 소비자금융에까지 진출해있다.
특히 연중무휴 24시간 입출금시스팀과 고율의 이자가 주어지는 슈퍼신탁등으로 은행간 경쟁을 뚫고 있으며 지점장 9명중 3명을 여성으로 임명, 고객과 거려를 좁히고 있다. 어린이그림그리기 대회를 주최하는가 하면 마당놀이공연을 후원하는등 문화행사도 신경쓰고 있다. 올해 시티은행의 소비자금융 예탁고는 4천2백5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3%나 증가할 전망이다. <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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