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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신세계 '럭셔리 결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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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서울 충무로 신세계 본점의 본관이 리노베이션 공사를 끝내고 28일 명품관으로 문을 연다.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첨단공법을 썼다. 1930년 일본 미스코시백화점 경성지점으로 세워진 이 건물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상업건물이다.

신세계백화점이 서울 충무로 본점의 리노베이션 공사를 완전히 끝내고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맞수 롯데백화점과 일전을 벼르고 있다. 2002년 본점 재개발 공사를 시작한 신세계는 2005년 8월 본점 신관을 개점한 데 이어 28일에는 본점 본관을 연다. 4년 5개월 간의 공사를 끝낸 신세계의 석강 백화점 부문 대표는 22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출사표'를 던졌다.

싸움의 전위대는 명품관이다. 신세계 본점 본관이 명품관으로 꾸며졌기 때문이다. 신세계 명품관은 이미 2005년 3월 문을 연 롯데의 명품관 '에비뉴엘'과 불꽃튀는 대결을 벌이게 된다. 석 대표는 "역사와 품격을 갖춘 명품관이 문을 열면 강북권은 물론 강남권의 고급품 수요를 끌어들여 (롯데와)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신세계 명품관은 해외 유명 브랜드의 독립매장 68개와 여러 브랜드를 모아놓은 편집매장 9곳이 있다. 신세계는 본점 본관의 명품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예술품 투자에만 200억원 이상을 썼다. 6층 조각공원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여성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의 작품인 높이 4m짜리 '스파이더'를 들여놓을 예정이다. 감정가만 40억원이다. 석 대표는 "역사와 문화가 우리 명품관의 차별점"이라고 말했다. 1층에는 프랑스의 3대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샤넬.루이뷔통을 모두 유치했다. 입점 브랜드는 모두 258개. 특히 롯데에 없는 에르메스를 끌어 들인 점을 내세웠다. 에르메스 유치를 위해 이명희 회장의 딸인 정유경 상무 등 오너 일가가 직접 움직였다는 후문이다. 개점에 맞춰 26일부터 세계적인 행위예술가 바네사 비크로프트의 퍼포먼스 등 대규모 행사도 예정돼 있다.

롯데는 수성(守城)을 자신한다. 명동 롯데타운(롯데백화점 본관, 영플라자, 에비뉴엘)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4000억원. 신세계백화점 본점(명품관 및 신관)이 올해 목표로 내세운 5000억원의 세 배에 가깝다. 명품관인 에비뉴엘도 지난해 1350억원의 매출을 올려 자리를 굳혔다는 자평이다. 명품관을 찾는 최고급 손님들의 성향을 들어 '쉽사리 단골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다. 에비뉴엘은 루이비통.샤넬.버버리 등 87개의 독립 매장 브랜드가 있다. 편집매장까지 합치면 입점 브랜드 수는 293개에 달한다. 롯데 관계자는 "신세계는 우리보다 손님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 우리 입지가 워낙 좋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지에만 의존하지 않고 더욱 다양한 마케팅으로 구사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와인디너와 와인강좌를 열고, 롯데멤버스 회원 외에 타사 카드와의 제휴 마케팅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현상.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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