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파워콤, 은행으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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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10만원짜리 수표잖아?"

경기도에 사는 김모씨는 얼마전 길거리에서 10만원짜리 수표를 공짜로 얻었다. '이게 웬 횡재냐' 싶어서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그런데 수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던 김씨. 10만원짜리 수표같은데 은행이름이 이상했다. '파워콤은행이 언제 생겼지??'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가 1400만명을 넘어서면서 사업자간 가입자 쟁탈전이 거의 '혈투'에 가깝다. 한 명의 가입자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온갖 경품이 다 동원되고 있다. 경품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그러다 최근에 정체불명의 10만원권 유사 수표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본지가 입수한 이 정체불명의 10만원권 유사 수표는 왼쪽 아래위쪽에 발행지가 '파워콤은행'이라고 찍혀있다. 초고속인터넷업체인 LG파워콤은 있어도 우리나라에 '파워콤은행'은 없다. 유사 수표 오른쪽 하단을 보니 LG의 빨간 로고를 앞세운 'LG파워콤'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졸지에 LG파워콤이 은행으로 변신한 것이다. 사실 이 유사 수표는 10만원 수표와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지만 수표는 아니다. 그냥 쿠폰이다. 쿠폰 하단에 이런 문구가 눈에 띈다. '본 쿠폰을 지참하시고 LG파워콤 행사장으로 오셔서 현금으로 교환하세요'.

이 쿠폰을 가지고 오면 현금으로 교환해준다는 말에 쏠깃한 사람들이 LG파워콤 행사장을 찾지만 원하는 현금을 그리 쉽게 받을 수는 없다. 쿠폰을 현금으로 교환하려면 가입해야만 한다. '쿠폰에 갖고 오기만 하면 현금으로 바꿔준다고 써있잖냐'고 따져봐야 소용없다.

현행 공정거래법 불공정거래 지정고시에는 물품총액의 10%를 경품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있다. 경품은 자전거같은 물건도 되지만 할인권, 상품권, 초대권, 금전(현금)도 가능하다. 그러니 10만원권 유사 수표는 엄밀히 '불법'이라고 몰아세울 수 없다.

통신위원회 관계자는 "3년 약정할인의 경우는 3년간 이용요금 총액의 10%를 경품으로 줄 수 있는데, 그 액수는 10만원 정도"라며 "최근 경품이 난발되면서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이를 구제할만한 법제도는 아직 미흡한 형편"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에 경쟁사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미끼성 상품권이나 현금을 제공하는 행위는 부당한 이용자 차별행위로 간주해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에는 현금제공이나 요금면제 따위의 차별적 우대혜택으로 경쟁사 가입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법령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즉, 모든 신규가입자에게 차별없이 경품을 제공할 때만 '합법'이다.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만 이 쿠폰이 나돌아다니는 것은 엄격히 말해 불법이라고 할 수 있으며, 소비자를 현혹하고 시장혼탁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한 마케팅 활동일 수는 없는 셈이다.

한편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1월말 기준 1410만2888명에 이른다. 지난해 12월말보다 6만190명이 늘었다. 한달새 KT 가입자는 전월대비 2만9904명 늘어난 638만2446명으로 45.3%의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하나로텔레콤의 가입자 증가도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대체로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초고속인터넷업체들과 달리, LG파워콤과 종합유선방송은 1월 한달동안 가입자가 3만7000~3만8000명까지 늘었다. 시장점유율도 한달새 0.2%나 끌어올리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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