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용품 '과격 新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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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대상 주민들의 격렬 시위가 벌어진 28일 서울 동작구 상도2동 영구임대아파트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주민들이 사제(私製)총과 염산병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노총의 서울도심 시위(11월 9일) 때 등장한 '너트 새총'에 이은 또 다른 위험한 살상무기다.

30일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노량진경찰서에 따르면 철거 용역업체 직원 16명을 싣고 철거주민들을 향해 접근하던 컨테이너와 철거직원들이 임시 방패로 사용한 철제 문짝이 사제총탄으로 보이는 쇳덩이에 맞아 6~7개의 구멍이 뚫렸음이 추가로 발견됐다. 당시 현장에서 부상한 철거 직원 20명 가운데 세명의 몸에서는 쇳조각이 박힌 것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 쇳조각들이 총기류에 의해 발사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은 사제총 사용이 확인될 경우 제작과 발사에 관여한 사람들을 엄중 처벌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경찰은 폭력시위에 가담한 철거주민 8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으며, 비디오 화면 등을 통해 화염병 투척 등의 행위를 한 주민들에 대해서도 검거에 나섰다.

당시 현장에 있던 철거직원들은 경찰에서 "주민들이 쇠파이프를 총열로 삼은 사제총을 만들어 화약을 넣고 쇠구슬 등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철거직원 성대현(26)씨는 왼쪽 종아리에 직경 1.3cm 가량의 쇠구슬이 2cm 깊이로 박혔고, 김태진(20)씨는 오른쪽 허벅지에서 직경 1cm의 깨진 금속 조각이 발견됐다. 김영진(20)씨의 어깨에서는 금속물체가 스치고 지나간 흔적과 함께 좁쌀만한 쇳가루가 나왔다. 두 金씨를 수술한 동작 순천향병원 안승준(57)원장은 "상처의 덴 흔적과 금속조각이 박힌 정도로 보아 탄환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계령(康桂領)수사과장은 "상처의 깊이와 상처 주변에 화약에 의한 화상 자국이 있다는 의사의 소견, 현장에서 폭발음이 크게 들렸던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총기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경찰은 철거직원들이 현장에서 수거한 ▶염산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든 피로회복제병▶쇠구슬과 금속조각 등을 제출받아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철거주민 중 일부가 특정회사 마크가 새겨진 옷을 입고 있었다는 증언에 따라 주민들이 철거 저지를 위해 동원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이들 무기를 제작해 사용했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윤창희.고란 기자<theplay@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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