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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비중 높여도 재수생 유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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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시 전문가들의 2008학년도 입시부터 내신 비중이 강화되지만 그 실질반영률은 지난해보다 크게 높지 않아 재수생이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숙학원들은 최신 시설을 갖춰놓고 학생들을 모집 중이다. 포천한샘 학생들이 벚꽃 핀 교정을 거닐고 있다.

올해 재수생이 적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2008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의 비중이 줄어들고 내신.논술 비중이 높아지므로 내신에서 불리한 재수생들이 되도록 안전지원 해 재수를 회피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예상과는 달리 재수생이 더 유리할 것으로 보는 입시전문가들이 많다.

2008학년도 입시부터 수능과 내신에 9등급제가 도입되고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논술 등 대학별고사 비중이 높아진다.

"때문에 재학생들은 내신.수능.논술 등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합니다. 논술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고교도 많지 않아 재학생 역시 논술은 부담스럽습니다. 이에 반해 재수생들은 두 마리 토끼만 잡으면 됩니다." 포천한샘 박영수 원장의 말이다.

내신은 접어두고 수능.논술에만 더 집중할 수 있어 오히려 재수생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논술 프로그램은 학원이 더 우수하다고 박 원장은 주장한다.

송파청솔학원 김웅곤 이사장은 "입시제도가 바뀔 때마다 고교 교사들은 재수하면 대학가기 어려우니 적당한 대학에 가라고 수험생들에 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차례 입시제도가 바뀌었지만 재수생이 약세를 보인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이 열심히 공부한 재수생들은 입시에서 강세를 보여 왔다.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수생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2008학년도 입시부터 내신 반영 비중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대학마다 내신 반영 비율을 2007학년도 30~50%에서 40~60%로 10%포인트 정도 높인다.

따져보면 그러나 내신의 실질 반영 비율은 걱정할 수준이 아님을 금세 알 수 있다. 2007학년도 입시에서 대학의 내신 실질 반영률은 평균 9% 정도에 그쳤다. 2008학년도에는 10%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입시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한 대학이 제시한 수능.내신.논술 등 전형요소별 만점의 합이 1000점이라고 가정했을 때 내신 비중이 50%면 내신으로 딸 수 있는 최고 점수는 500점이다. 그러나 이 대학에 지원한 학생 중 내신 최고 득점자와 최하 득점자의 점수 차이가 500점이 나는 게 아니다. 대학들은 모두 기본 점수를 둔다. 기본 점수가 400점이면 내신에 따른 점수 차이는 많아야 100점이 된다. 1000점 중 100점이므로 실질 반영률은 10%가 되는 것이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 대학들이 내신 반영 비율을 1년 전보다 10% 포인트 높인다면 실질 반영률은 겨우 1% 포인트 올라가는 셈이 된다. 상위권 대학일수록 기본 점수를 높게 두어 내신 실질 반영률은 낮다. 주요 대학의 2007학년도 내신 실질 반영률은 2~5%였다.

내신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 재수하면 오히려 유리한 경우도 있다. 2007학년도 입시에서 41개 대학이 재수생 '비교내신'을 허용했다. 비교내신은 수능 점수로 내신 등급을 매기는 방식이므로 재수생은 수능 공부만 열심히 해도 대학에 따라 내신 점수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행운을 움켜쥘 수도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재수생 비교내신을 허용하는 대학이 2008학년도에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논술 등 대학별고사 비중이 늘어난 것도 재수생에게는 희소식이다. 2008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논술을 반영하는 대학은 2007학년도 20개 학교에서 41개교로 늘어난다. 반영 비중도 10% 정도에서 20~30%로 뛴다. 논술 시험 문제는 서술식에서 통합교과형으로 바뀌고 자연계(수리) 논술이 본격 도입된다. 대부분 입시 전문가들은 주요 대학 입시는 논술 등 대학별고사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남청솔 광주캠퍼스 이승민 원장은 "통합 교과형 논술은 여러 교과를 폭 넓게 볼 수 있는 시각에서 판가름 난다. 내신에 얽매여 단편적인 학습에 치중해야 하는 재학생보다 재수생에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재수생들은 보통 모든 교과를 이미 한 번 이상 뗐기 때문에 처음부터 통합 교과형 논술 교육이 가능하지만 재학생은 수능 시험이 끝난 뒤에나 논술 공부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청솔학원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의 조사결과 아직까지 통합 교과형 논술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곳은 몇몇 대형 입시학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수능은 9등급제 도입으로 변별력이 떨어지고 비중이 다소 축소된다. 이는 분명 재수생에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수능이 2008학년도 입시에서도 여전히 적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서울대처럼 수능을 지원자격화 할 경우 내신이나 논술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수능 점수가 나쁘면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들은 수능 등급을 점수화해 반영할 예정이어서 수능이 중상위권 대학 입시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입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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