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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뜨거운 여성문제 국감현장/문경란 생활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18일 정부종합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무제2장관실과 한국여성개발원에 대한 국회 행정위소속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는 한마디로 한국남성 국회의원들의 여성문제에 관한 무지와 무관심을 스스로 폭로하는 자리였다.
스스로 천연덕스럽게 『감사에 임하는 의원들의 준비가 안돼있다』는 고백성 발언을 거리낌없이 하며 감사장에 앉은 의원들은 1∼2명만 제외하곤 여성문제 본령과는 얼토당토 않은 질문과 주장,60이 넘은 여성 장관에 대한 성적인 야유 등으로 국회의원으로서 자질과 소양을 의심케 했다.
질의서 한장,필요한 질문하나도 사전에 준비하지 않은 듯한 여당 K의원은 감사대상기관의 주요 정책과 사업이 여성들의 정치참여나 취업·벌률개정 등에만 치우쳐 있다고 근거없이 비난한뒤 자신의 여성관을 피력하기 시작했다.
K의원은 『여성에게는 본능적으로 미를 추구하는 욕구가 있다』고 전제한뒤 『패션이나 화장품·헤어스타일 등 여성의 문화적(?) 측면과 쌍꺼풀수술 등이 성행하는 현상 등에 대해서는 왜 대책을 세우지 않느냐』며 문맥도 통하지 않는 엉뚱한 주장에 근거한 추궁을 해댔다.
K의원은 자신이 생각해도 그런 질문은 언급할 거리조차 못된다고 생각했음인지 『반드시 답변하라는 것은 아니다』고 선심쓰듯 말하기도 했다.
또 야당의 P의원은 『남녀고용평등법 실시이후 여성들의 의식이 높아져 아주 골치가 아프다』『성폭력 범죄가 많이 늘어나는 것은 여성들의 과잉노출 때문이다』는 등 여성문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조차 되어있지 않은 발언을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계속했다.
여당의원들은 또 야당의 한 의원이 정무제2장관에게 미온적인 태도를 버리고 『몸을 내던지는,헌신적인 업무추진을 하라』고 촉구하자 냉큼 그말을 받아 『그렇지,몸을 내던져야지』『여자장관이 옷을 벗고 몸을 내던지면 어떻게 되지』 등 차마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말로 비아냥거렸다.
이날의 국감은 선거때만 되면 여성표밭을 겨냥해 아무런 책임도 질 준비없이 인기성 발언만을 일삼던 이른바 남성선량(?)들의 적나라한 본모습을 드러내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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