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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여성 장관 "히잡 안 썼다" 피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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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파키스탄 펀자브주 정부의 한 여성 장관이 20일 히잡(머리를 가리는 스카프)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해됐다.

AP통신에 따르면 질레 후마 우스만(37.사진) 사회복지장관은 구지란왈라시에서 열린 당원 모임에서 연설하던 중 한 이슬람 광신도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현지 경찰은 "범인인 무하마드 사와르가 얼굴과 머리까지 가리는 이슬람 여성 옷차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스만 장관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우스만 장관은 넓은 바지와 긴 상의로 된 이슬람 전통의상을 입었으나 머리에는 아무것도 쓰지 않고 있었다. 사와르는 "알라는 여자가 통치자 자리에 있어선 안 된다고 가르쳤다"며 "다시 풀려나더라도 잘못된 길을 가는 모든 여자를 처단하겠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둔 우스만 장관은 구지란왈라에서 의류디자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유명 여성사업가이기도 하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지난해 여성보호법을 추진하는 등 강경 이슬람 국가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보수파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파키스탄 인권위원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인권 개선 움직임에 대한 반작용으로 여성에 대한 폭력이 급증하고 있다. 현지 전문가들은 "여권 운동을 주도해 온 우스만 장관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은 무샤라프 정부가 극단주의를 제압하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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