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연 이란 공격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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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이 과연 이란을 칠 것인가. 지난해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시한이 21일로 끝났다. 이란이 안보리 결의를 무시함에 따라 그럴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마침 유사시에 대비한 미국의 대(對)이란 공습 계획이 드러난 가운데 미국의 두 번째 항공모함이 20일 걸프해역에 도착했다.

유엔이 정한 시한도 지났으므로 미국은 이란 내 핵시설에 대한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을 감행할 수도 있다. 이란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19일부터 대규모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사흘간의 '모의전쟁' 기간에 이란군은 750발의 신형 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21일 "항모가 움직이고 미사일이 발사되는 팽팽한 긴장 속에서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이란을 겨냥하다=미국의 군사전문 주간지 '디펜스 뉴스'는 19일 "마이클 모즐리 미 공군참모총장이 미국에 새로운 위협 세력으로 이란.중국.베네수엘라를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갈수록 치명적인 이들 적대세력의 방공체계 때문에 미 공군기들이 폐기물이 될 수도 있다"며 "미국 공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대테러전에서 탈피해 첨단무기로 무장하는 새로운 위협세력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최근 들어 "이란이 이라크 폭력 사태의 배후"라는 주장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미군은 지난달 이라크 내 이란 외교시설을 급습해 외교관 몇 명을 '테러 지원 세력'으로 억류하고 있다. 이란이 이라크 테러에 개입한다는 이유로 이란의 군시설을 공격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이란을 강도 높게 압박하는 것은 4년 전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 상황과 비슷하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지난달 29일 보도했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은 올해 초 내놓은 '새 이라크 전략'을 추진하기도 바빠 지금으로선 이란까지 공습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맞서는 이란=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미국과 대결할 모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왔다. 최고 지도자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도 "미국이 어떤 도발을 해오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가차 없이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해 왔다.

전쟁 준비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말 아마디네자드는 세출 20% 확대와 미국이나 이스라엘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예산 확보를 골자로 하는 2007~2008회계연도 예산안을 편성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최근 혁명수비대를 중심으로 이란 군의 훈련 횟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 다음 가는 중동의 군사대국이다. 고유가 덕분에 오일 달러가 크게 늘면서 이란의 무장도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2006년에만 해도 이란은 스텔스 기능의 미사일, 고속 어뢰 등 여러 신형 무기들을 선보였다.

10여 년간 엄격한 경제제재를 당한 이라크와는 달리 미국이 쉽게 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여기에 '시아파 초승달'을 구축하고 있는 이란의 패권주의도 무시할 수 없다. 이라크에 시아파 정권 등장과 더불어 서(西)로는 시리아.레바논까지, 남으로는 쿠웨이트.오만.예멘까지 초승달 모양의 연대망을 확대하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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