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8천명 블랙리스트 발견/부산 신발업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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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해고근로자·재야등 각계 망라/시국관련 여부·개인경력 상세히 기록/전국에 배포… 정부서 만들어 배부 “의혹”
【부산=조광희기자】 전국의 재야인사,해고근로자,시국사건 관련자,각 대학 총학생회간부 및 운동권학생등 8천여명의 명단을 컴퓨터 디스켓에 입력한 블랙리스트가 16일 오후 신발제조업체인 부산시 감전동 (주)금호상사·(주)아폴로제화에서 발견됐다.
16일 오후 확인된 블랙리스트가 입력된 디스켓에는 민주당 노무현의원,부노련의장 김진숙씨(여),부천서 성고문사건의 권인숙씨(여) 등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재야 및 노동계인사는 물론 서울 구로공단·부노련·마창노련등 전국 주요공단의 해고근로자,각 대학의 총학생회 간부 및 운동권학생등 8천여명의 명단이 자세히 기록돼있어 경찰·노동부등 정부기관이 업계에 자료를 넘겨주고 업계는 이 자료를 토대로 그동안 조직적인 노동탄압을 해온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자아내고 있다.
(주)금호상사가 보관중인 블랙리스트인 「사원체크 리스트」란 디스켓에는 가나다순으로 이름·주민등록번호·성별·본적·현주소·특기사항등 7개 항목이 수록돼있고 특히 특기사항란에는 출신학교,시국사건 관련 여부,위장취업 경력여부,개인경력 등이 자세히 기록돼있다.
김모씨(29)의 경우 디스켓 특기사항란에 「서울시립대 회계과 4년 중퇴자로 각종 시국사건과 관련된 요주의자」라고 입력돼있다.
부산시내 신발제조업계는 『지난해부터 사원 및 근로자들을 관리하기 위해 리스트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어 각 업체는 이 리스트로 해당근로자나 학생들의 취업을 막아온 것으로 보이고 있으며 부산 뿐아니라 서울등 전국 생산업체에도 이같은 불랙리스트가 배부,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금호상사측은 17일 『말썽이 된 리스트는 사원 및 근로자들을 관리하기 위한 참고자료로 디스켓에 입력한 것일뿐 노동근로자 탄압이나 취업을 막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자료의 출처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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