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의 “한계”/사민당 총선 참패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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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복지재정 팽창… 성장 저해/서구 복지국가이념 퇴색을 반영
지난 15일 스웨덴 총선에서 집권 사민당·좌익당 좌파연합정권이 보수연합정당들에 패배한 것은 유럽정치사에서 한 획을 긋는 사건이다.
스웨덴 사민당은 지난 39년 집권이래 76년부터 82년까지의 짧은 시기를 제외하고 반세기 이상 스웨덴을 통치해 왔다.
스웨덴 사민당은 집권후 국가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혼합시킨 독특한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경제체제를 발전시켜 지난 60,70년대 세계 각국으로부터 부러움을 산 경제적 부흥을 달성했으며 스웨덴을 완벽한 사회복지제도를 운영하는 복지국가의 대표국가로 만들었다.
지난 39년 사민당의 집권이 자본가들에게 근로자들의 복지를 맡기는 것은 충분치 않다는 스웨덴 국민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이번 선거에서 사민당의 패배는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는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민당 정부는 지난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꾸준히 사회복지제도를 늘려왔으며 그 결과 현재 스웨덴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이 공공서비스를 담당하는 공무원일 정도로 「국가부문」은 팽창해왔다.
이런 국가는 무료 교육·의료서비스·넉넉한 실업수당,1년에 달하는 부모 양쪽의 출산휴가 등을 모든 국민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매우 자상한 부모의 역할」을 다해왔다.
그러나 이런 자상한 보살핌은 국민소득의 평균 60%에 달하는 세계최고의 담세율을 토대로 운영되는 것이었으며 「평등주의 철학」을 토대로 한 이같은 국가재정의 지나친 확대는 「스웨덴식 사회민주주의」경제체제의 활력을 잃게 만들었다.
그 결과 스웨덴 근로자들의 단위노동생산성이 하락하고 이에 덧붙여 기업활동에 대한 각종 규제장치에 부담을 느낀 기업투자가 크게 위축,오히려 자본의 해외유출이 심화되고 있다.
스웨덴 경제는 지난해 성장률 1.2%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소속국가중 최저수준을 기록했으며 인플레는 서유럽 국가들중 최고인 8%,실업률도 89년보다 2배이상 늘어난 3.7%에 이르렀다.
스웨덴 경제의 이같은 나쁜 실적은 80년대 후반 이후 계속돼온 것으로 근본적인 체제 개혁없이는 개선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사민당 정부도 잘 인식하고 있었으며 80년대 후반부터 공공부문의 감축과 소득세율 인하 등 개혁조치를 취해왔다.
사민당 정부의 이같은 개혁조치는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최근 동유럽과 소련 사회주의체제의 몰락을 목격한 스웨덴 국민들은 보다 급격한 세금인하와 국영기업의 사유화 등 급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온건당등 보수연합4당에 더 많은 표를 준 것이다.
이와 함께 불과 몇달전에 창당된 극우 신민주주의당이 25석의 의석을 차지,의석과반수를 차지한 정당세력이 없는 앞으로의 정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까지 됐다.
최근 서유럽에서 평등주의원칙에 입각한 복지국가의 이념은 크게 퇴색해가고 있다.
지난 79년 영국에서 대처여사의 보수당이 집권하면서 시작된 복지정책의 축소와 시장경제원리의 강화움직임은 80년대에 걸쳐 유럽전역에 확산되어 왔으며 지난해와 올해는 덴마크·노르웨이 등 스웨덴과 함께 복지국가의 전형으로 꼽혀온 나라들에서도 노동당등 사회민주주의 정치를 표방하는 정치세력들의 지지기반이 약화되어 왔다.
스웨덴 사민당정권의 실각은 복지국가와 사회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지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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