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성복 브랜드 "홍수" 소비자 혼란·과소비 부추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브랜드가 너무 많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즉 기성복을 위주로한 이 「브랜드 홍수」는 이렇다하게 브랜드별로 차별화·개성화가 이뤄지지 못한채 양산만을 거듭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한국패션문화연구소에 따르면 89년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의류 브랜드 및 라이선스 브랜드만도 2백74개. 페페·마르조·씨씨클럽등 3개 숙녀복 브랜드를 내놓고 있는 (주)대현 강영철홍보부장은 『디자이너 브랜드를 제외한 내셔녈 브랜드급만 해도 1백여개는 넘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이들 가운데는 한 의류제조업체에서 여러개의 브랜드를 내놓는 곳이 많다.
예컨대 삼성물산(주)의 경우 버킹검·로가디스·에스까드릴(이상 신사복), 위크앤드·베르디체·레쟈망·랭글러(이상 간이복), 포앤모아·크레센도·빼빼로네·챌린저(이상 숙녀복), 라피도·슐레진저·아스트라(이상 스포츠복), 쟈크브라뜨(드레스셔츠)등 24개 브랜드를 내놓고 있어 국내 의류제조업체중 가장 많은 브랜드를 선보이고있다.
의류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은 5∼6년전부터. 대상층을 연령·직업·소재·용도별로 세분화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같은 회사의 숙녀복이라 하더라도 20∼30대의 전문직 여성을 위한 옷, 서비스직 여성을 위한 옷, 또는 주부를 위한 옷등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 옷들을 선보이게 됐던 것.
이같은 세분화·다양화 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심해져 내셔널 브랜드업체는 물론, 일부 디자이너 브랜드 업체까지 최소 2개이상 브랜드에서 많이는 10개 이상의 브랜드를 보유하는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게됐다.
현재 16개의 브랜드를 갖고있는 논노그룹의 경우 7개의 브랜드가 89년 이후 생겨난 것이며, 12개의 브랜드를 생산하고 있는 제일모직의 경우 이중 5개가 89년 이후에 새로 탄생한 브랜드들이다.
그러나 당초 제조업체들이 내걸었던 「세분화」 「다양화」와는 달리 브랜드간에 이렇다 할 차이점이 없어 오히려 선택에 혼란만을 가져오고 있다는게 소비자들의 불만. 최경희씨(37·서울영등포구대방동)는 『소재나 가격에서의 차이가 있을뿐 디자인상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옷들을 여러 이름을 붙여 만들고, 이를 알리기 위해 별도로 캐털로그를 제작하고 광고를 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한의류업체 관계자는 『의류업체에서 새 브랜드를 개발하는 것은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제품을 사게하려는 의도가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쟁업체에서 잘 팔리는 상품에 대응하기 위해 브랜드를 개발하거나, 여러개 브랜드를 내놓고 그 중에서 성공하는 브랜드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경영전략도 「브랜드 홍수」를 가중시키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주)성주인터내셔널 김성주이사는 『서양에서는 옷을 「기능」으로 입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보이기 위한 옷」으로 돼 소비자들이 브랜드에 매달리는 것이 결과적으로 디자인상의 변화없이 이름만을 달리하는 브랜드 양산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비합리적인 브랜드 홍수시대는 빨리 정리가 돼야 한다는게 패션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 김청 한국패션문화연구소장은 『브랜드의 세분화 경향은 외국의 경우 일본에서 두드러지고 있으나, 브랜드간 차별화·개성화로 일본은 정리돼 가는반면, 우리는 혼란이 계속 가중돼 문제』라고 지적하고 『소비자욕구조사를 엄격히 한 후 효율적인 상품기획을 통해 이를 바로 잡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홍은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