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 귀성' 지난해의 3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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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김준식(39)씨의 70대 부모는 5년째 설 연휴 때면 부산에서 자녀가 살고 있는 서울로 '역(逆)귀성'을 한다. 네 자녀 중 셋이 서울에 사는 데다 자녀가 교통체증을 뚫고 부산까지 오려면 고생이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김씨 부모는 주로 열차를 이용한다.

올해도 김씨가 "(부모님이) 고생스러우니 우리가 부산으로 가겠다"고 했으나 그의 부모는 "연휴도 짧은데 우리가 가는 게 더 낫다"고 고집했다.

올 설 연휴에는 이 같은 '역귀성'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극심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번 설 연휴의 교통체증을 완화하는 데 큰 몫을 했다.

건설교통부 강영일 물류혁신본부장은 20일 "올해 설 연휴 전날인 16일부터 19일까지 역귀성객은 총유동인구(3400만 명)의 22.6%에 해당되는 771만 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역귀성객 258만 명에 비하면 3배나 증가한 수치다. 2005년(87만 명)보다는 8.9배나 많다.

강 본부장은 "역귀성 증가는 명절 연휴 때 국민의 통행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연휴 전날인 16일 서울로 올라온 차량이 28만 대로 예상을 크게 웃돌았고 연휴 첫날인 17일에도 22만 대에 달한 것으로도 입증된다.

또 귀경 차량이 한창 몰렸던 19일에도 반대로 서울을 빠져나간 차량이 23만 대나 됐다. 이날 귀경 차량은 36만대였다.

건교부 구본환 종합교통기획팀장은 "예년보다 짧았던 올 설 연휴의 귀성.귀경길이 예상보다 수월했던 데는 역귀성객의 큰 증가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귀성.귀경길에서 고속도로 주요 구간의 최대 소요시간은 지난해 설 연휴에 비해 크게는 1시간20분이나 줄었다. 서울~목포 구간의 경우 지난해 귀성길에 최대 8시간40분이 걸렸으나 올해는 7시간20분으로 줄었다. 서울~광주도 1시간가량 줄었다.

이런 소요시간 단축에는 최근 2~3년 새 크게 확산하고 있는 '정보화 운전'도 한몫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연휴 기간 휴대전화를 이용한 도로공사 홈페이지 접속건수가 하루평균 10만9000명으로 평소(8400명)보다 13배나 증가했다.

또 교통상황 자동응답전화(ARS) 이용도 하루평균 11만3000건이나 됐다. 평소의 5.5배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한 교통정보 확인이나 내비게이션을 통한 우회도로 이용도 많았다.

도로공사 김광수 팀장은 "평소 경부고속도로를 주로 이용하던 것에서 벗어나 중앙고속도로와 중부내륙고속도로 등을 고루 이용한 것도 교통체증을 크게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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