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선 바람 타지 않는 민생국회가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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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세균 열린우리당 대표와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어제 "민생경제에 대한 국민 걱정이 없도록 하자"고 손을 맞잡았다. 정치인이 민생을 떠든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만은 입 발린 말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설 민심은 정말 싸늘했다. 귀성했던 정치인들도 먹고사는 데 지쳐 있는 주민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한다. 20대 '백수'만 100만 명을 넘어선 마당에 어디서 삶의 희망을 찾을 것인가.

그런데도 얼어붙은 서민경제를 풀겠다며 열어놓은 2월 임시국회는 이미 절반 가까이 지났다. 그러나 별로 한 일이 없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탈당 사태와 전당대회, 그리고 설날 연휴에 묻혀 버렸다. 한나라당도 후보 검증 문제로 원심력이 커져 중앙당이 중심을 못 잡고 흔들렸다. 이런 판에서는 민생이 뒷전일 수밖에 없다. 모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일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현상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시급한 민생 문제의 처리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물론 민생이란 이름만 붙였다고 다 통과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4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국민에게 고통만 안겨 줬던 정책이라면 손질이 불가피하다. 정부 스스로 공급을 외면한 잘못을 시인한 부동산 정책도 근본부터 다시 따져봐야 한다. 재정 파탄이 초읽기에 들어간 국민연금 개혁안은 마무리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결국 후손에게 부담이고, 정치적 부담만 커진다. 노무현 대통령까지 개정을 약속했던 사학법 개정도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

국회는 아직 민생 문제를 다룰 준비조차 돼 있지 않다. 열린우리당의 집단 탈당 이후 운영의 틀마저 헝클어져 있다. 국회 운영을 도맡을 운영위원장은 어느 당으로 가야 할지도 정하지 못했다. 상임위원장 조정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면서 선거를 의식해 서로 책임만 떠넘긴다. 정치적 이해만 따지는 한심한 셈속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생 현안을 하나라도 더 처리해 답답한 민심을 풀어 주는 데 앞장서는 것이 선거에도 이기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