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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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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잠든 잎새들을 가만히 흔들어봅니다 처음 당신이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날처럼 깨어난 잎새들은 다시 잠들고 싶어합니다 나도 잎새들을 따라 잠들고 싶습니다 잎새들의 잠 속에서 지친 당신의 날개를 가려주고 싶습니다 그러다가 눈을 뜨면 깃을 치며 날아가는 당신의 모습이 보이겠지요 처음 당신이 나의 마음을 흔들었던 날처럼 잎새들은 몹시 떨리겠지요


그래요 잎새들 몹시 떨립니다. 그 리듬에 맞추어 내 사랑 이제 춤추지 않습니다. 다만 숨 쉽니다. 마음은 빛을 살짝 끄고 아침까지 잎새 사이에 잠듭니다. 그때에도 숨 쉽니다. 다시는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그래도 숨 쉽니다. 사랑은 깃을 치며 떠나간 당신을 잊는 것. 파르르 끄덕이며 꿈꾸는 잎-새, 숨 쉬는 마음아.

<김선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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