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금진호씨 산파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또 당시 금씨가 국내 정가에서 차지하고 있던 비중에 비춰볼때 금씨의 초대원장 취임은 신생소비자보호원의 위상을 격상시킨 역할도 했지만 선거등에 대비한 집권당의 정치자금 모금 포석이라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금원장이 국회의원 출마에 뜻을 품고 그해 12월 취임5개월만에 물러난후 소비자보호원장자리는 4개월 가까이 빈자리로 있었다.
2대 최동규원장(55·현극동정유사장)은 금원장 사임 4개월뒤인 88년3월 취임, 2년3개월동안 남은 초대원장의 임기를 채웠다.
금원장이 실질적 산파라면 최원강은 신생아격인 소비자보호원의 조직기틀을 마련하고 이를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장본인.
경제기획원 예산국장을 6년간 맡았고 동자부장관까지 지내는등 오랜 경제관료 생활에서 몸에 밴 꼼꼼함 때문에 직접 외국책을 번역하고 자료를 모으고 직원 교육도 시키는등으로 직원들로부터 『원장이 이런 자질구레한 일까지 챙기냐』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초창기의 각종 난관을 뚫고 업무를 정착시키기 위해 그는 직접 외국서적을 번역하고 자료를 모아 직원교육까지 서슴지 않았다.
당시의 사회상황에 따른 노조설립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던 최원장은 보호원의 조직민주화에 앞장서 그때까지만해도 전직장에 따라 경력이 크게 차이나던 것을 1백% 전직장에서의 경력을 인정해준 것으로 유명하다.
상공부 여러 요직과 공업진흥청장·공업표준협회장을 지냈던 3대 김형배원강(59·현중소기업진흥공단이사장)은 90년 6월 취임해 지난 2월까지 만8개월동안 재임하면서 업무영역확대를 위해 조직을 확대 개편, 수석이사를 부원장으로 승격시키고 홍보실·기획조정실·감사실을 설치했다.
안전부를 신설해 소비자의 안전을 해치는 부문과 환경부문등으로 업무영역을 넓혔다.
대리(4급)들을 크게 늘려 중간계층을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함으로써 정책과제 연구에 힘을 쏟아 소비자보호업무의 내실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현재의 박필수원장(59)은 상공부·기획원을 거친후 전매청장도 역임했고 한국외국어대총장과 상공부장관까지 지낸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이론에 밝고 실무에 능한 박원장은 판단력이 빠르고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 있다.
박원장은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업무에 관한한 빈틈을 주지 않지만 효율성과 업무수행을 위해서라면 위신이나 체면을 전혀 고려않는 일면도 있다.
국제소비자기구(IOCU)의 통신회원 가입을 위해 평소 공표권 제한등으로 서로 감정이 안좋았던 민간단체들을 빠짐없이 찾아다니며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고, 미국의 민간소비자기구회장도 찾는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보호원은 아직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많다.
현행 소비자보호법은 우선한 다른 법률에 의해 별도의 분쟁조정기구가 마련되어있는 분야는 처리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때문에 소비자와 깊은 관계가 있는 보험계약의 분쟁에 따른 피해구제, 금융기관과 이용자간의 분쟁, 변호사와 위임자간의 분쟁 피해구제, 의료분쟁등은 소비자보호원에서 취급할 수가 없어 절름발이 신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