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최고의 발레리나, 지구상에서 가장 큰 찬사를 받는 무용수…. 그에게 따라붙는 이같은 수식어는 거창하지만 어딘가 식상하다. 다음과 같이 비유하면 이해가 쉬울까. "농구에 마이클 조던, 골프에 타이거 우즈가 있다면 발레엔 실비 길렘이 있다."예원 김나영 무용부장의 얘기다.
그의 전매 특허는 이른바 '6시 포즈'다. 오른쪽 다리를 쭉 들어올려 귀에다 갖다 대, 일자로 만드는 자세를 말한다. 무용평론가 이종호씨는 "아무리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발레리나들도 땀 뻘뻘 흘려가며 간신히 취하는 자세를 실비 길렘은 아무렇지도 않게 턱 한다. 몸이 기형에 가깝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체조 교사였던 어머니를 따라 어린 시절 기계 체조를 배웠다. 좀 더 섬세한 기술을 익히고자 11세 때 발레학교에 들어간 것이 발레에 입문하게 된 계기였다. 이후 방향을 튼 그는 16세 때 파리 국립 오페라 발레단 정식 단원이 됐으며, 입단 3년 만에 전격적으로 에뚜왈(수석 무용수)로 승격했다. 350년 역사의 파리 오페라 발레단 사상 최연소 에뚜왈 기록이었다.
[LG아트센터 제공]
그는 2004년부턴 발레를 뛰어 넘어 현대 무용과 민속춤 등 전방위로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번 내한 공연 작품도 인도의 전통 춤인 '카탁'과 현대 무용을 결합시킨 작품이다. 발레리나로선 회갑이라 할 수 있는 40세를 훌쩍 넘어서도 녹슬지 않는 테크닉을 보여 주고 있는 실비 길렘은 "기술적인 완벽함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진정한 무용수로서의 정신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고아와 마찬가지다"고 말한다. 그의 여정이 어디로 향할지, 또한 예술적 욕심은 어디까지 나아갈지 한국 공연은 좋은 시험대가 될 듯싶다.
최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