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놋쇠로 만들어야 제격" 전통제기 수요 늘어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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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제사나 차례상에서 스테인리스제기에 밀려 홀대받아오던 나무·놋쇠등으로 만든 전통제기를 찾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최근 큰 백화점들이 목제기 특별판매전을 갖는가하면, 보통 주문 생산하는 유기제기에 대한 수요도 지난해에 비해 높아졌다.
또한 최근 등장한 생활백자제기도 많은 관심을 끌고있다.
전통제기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생활의 질이 향상되고 우리 고유의 전통을 찾자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기 시작한 8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전통제기는 일반화한 스테인리스제기에 비해 보관·사용때의 편리함은 떨어지지만 모양이 아름답고 품위있으며 우리의 경건한 제사분위기에 맞는 장점이 있다.
최근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이 목제기. 지난달말 서울 그랜드백화점은 전북향토물산전을 통해 남원목제기를 소개했으며 14일부터는 서울뉴코아백화점에서 운봉목제기판매전이 열릴 계획이다.
목제기는 외관이 아름담고 품위는 있으나 깨지거나 벌어지기 쉽다는 단점이 있다. 목제기는 응달에서 두달이상 건조시키거나 연기 또는 수증기로 쪄낸뒤 7∼10일이상 충분히 말린 원목을 사용한 것이라야 벌어지지 않는다.
제기에 사용되는 원목재로 가장 좋은 것은 노간주나무·산오리나무로 너무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아 잘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물푸레나무도 제기로 많이 사용되는 종류. 나이테무늬가 아름다워 가장 인기있는 재질이지만 너무 단단해 잘깨지는 단점이 있다는 것이 운봉목기 대표 서한철씨의 말이다.
최근 지리산 벌목금지등으로 옻나무 구하기가 힘들어 대량 생산되는 제기의 경우 옻칠 대신 아프리카에서 수입되는 가슈열매를 이용, 겉칠을 하는 경우가 많다.
제기는 지방·접시·촛대·향로·술잔·어틀등을 포함한 32개들이 홀제기와 42개들이 가진 제기가 있으며, 목기의 깎아진 모양과 칠상태등에 따라 상·중·하품이 있다. 가격은 20만∼50만원선.
보관시 음식찌꺼기를 잘 처리하고 비눗물로 씻은뒤 마른 행주로 닦아 상자에 넣어두어야 쥐나 벌레의 피해를 벗어날 수 있다.
유기제기는 깨지지 않고 권위있는 집안에서 사용하던 호사품이지만, 습기·가스에 변질되고 자주 닦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따른다.
놋쇠는 가장 좋은 것이 구리 1근과 주석 4냥5돈쭝을 배합해 만든 것. 놋쇠는 놋쇠판을 불에 달궈 두들겨 그릇을 만드는 방짜와 틀에 부어 만드는 방짜쇠로 만든 제기등 두종류가 있다.
방짜는 놋그릇중의 최고품으로, 만드는 방법이 까다롭고 힘들어 현재 인간문화재 몇명을 제외하고는 만둘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방짜유기그릇은 사용할수록 질이 나 매끄러워지며 윤이 나는 것이 특징.
그러나 최근 틀에 부어 만든 방짜쇠에 두들긴 흔적을 내 방짜 흉내를 낸 가짜 방짜가 시중에 많이 나돌고 있어 방짜를 살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가짜 방짜의 경우 처음에는 식별이 잘 안되지만, 쓸수록 입자가 파괴돼 부식되고 녹이 슬게 된다. 가짜방짜보다는 방짜쇠를 사는 것이 더 현명한 소비자의 태도다. 가격은 제기 1세트가 1백60만∼2백90만원대 .
생활백자제기는 현재 완전한 세트로는 소림도예 한곳에서 생산·판매하고 있으며, 생산을 시작한 3년동안 50여세트를 판매했다고 한다. 촛대·향로·주전자 포함, 38개 들이 한 세트가 87만원이다. <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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