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운동 학문적 권익 찾을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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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학원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구성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학원정상화연구위원회」(위원장 김희집 고대총장)가 9일 대전 유성관광호텔에서 각대학 총학장 및 교수·관계자등 1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원안정과 면학질서확립」세미나를 열었다.
학원문제의 한 핵심인 학생운동권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한 박흥수교수(연세대)의 주제발표를 소개한다.
◇학생운동의 개선방안에 관한 제언=한국의 학생운동은 80년대이후 종전의 민족주의와 민주주의의 이념적 기반을 벗어나 마르크스-레닌주의(또는 주체사상)를 이념적기반으로 하는 좌파적 성격의 운동으로 정착됐다.
이같은 이론적 무장과 함께 현재의 학생운동은 내부적으로 치열한 노선투쟁과 조직분열상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좌파이념을 바탕으로한 운동노선이 지속될 경우 앞으로 이념적 급진화와 투쟁방식의 과격화는 그 정도를 더해갈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의 학생운동의 진행과정과 유사한 과정을 밟고있는 60년대 서구와 일본의 학생운동의 실패과정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과거 외국의 학생운동은 좌익편향으로 급진화돼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내부분열이 초래되었으며 과격화함으로써 실패했다.
현재 우리의 학생운동도 이러한 위기에 빠져있다. 따라서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감각을 상실하고 자신의 행보에만 집착하면 장래에는 극좌모험주의자의 테러가 횡행하는 모습이 나타나리라고 예견할 수 있다.
이러한 자멸적 변화를 막고 우리사회의 민주화에 이바지해 온 학생운동의 전통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학생운동가들이 이념적 투쟁의 한계를 인정하고 국제적인 안목을 길러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자기개혁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현실적으로 소련과 동구의 사회주의가 붕괴하는 마당에 좌파이념에 매달리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사상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변혁지향의 정치적 성격을 내세우기보다는 학생의 다양한 자치활동과 학문적 권익·자질을 신장할 수 있는 영역으로 운동의 방향을 전환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생운동의 조직을 현재의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개편하고 운동목표설정에 대다수 학생들의 공통분모적 방향을 모색, 운동운영에 민주적 절차를 견지해야 할 것이다. <이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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