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공기술도 훌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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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분지 한가운데로 흰강(백강)이라는 의미의 아크아라하강이 흐르고 있는데 강바닥이 회백색 점토질로 되어 있어 물빛이 막걸리 빛을 띤다.
이 강물을 끓이면 슝눙맛을 내고 음료수대신 마셔도 배탈이 나지 않았다.
역시 고대 집단거주지 주변에는 훌륭한 질의 물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이 일대의 발굴은 지난 47년을 끝으로 일단락 됐었지만 당시의 발굴유물들만으로도 세계의 주목을 끌었었다.
동토인 시베리아지역에 찬란한 문화를 갖춘 민족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은 그리스·로마·이집트문명 등에만 익숙하던 당시 세계 학계에서는 큰 충격이었다.
당시의 발굴은 이른바 「감자를 캐는듯한」수준이었지만 미이라·마구류·금세공품·생활용구등 발굴유물은 양과 질에 있어 찬란한 문화실체를 가늠케 하기에 충분했었다.
훌륭한 세공기술과 신앙을 갖고 있는 문화민족이 존재했었음이 입증됐던 것이다.
이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는 데니소바기지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오브강의 상류인 야누이강을 따라 중기에서 후기구석기시대 이르는 유적들이 노보시비르스크 역사·언어·철학연구소에 의해 여러지점에서 발견되어 조사가 진행중이다. 이곳 데니소바기지에는 구석기·지질학·석기사용흔과 실험고고학 등에 관심을 가진 20∼30여명의 박사학위 소지자전문요원들이 상주하면서 봄과 여름 약 5개월간 발굴에 종사하고 있다. 여기에 고고학전공의 학부, 대학원생들과 각대학에서 차출되어 나온 의무봉사자들이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기지는 수십동의 항구적인 건물들이 들어서 있어 가장 많이 붐빌 때에는 2백∼3백명까지도 된다고 한다. 이러한 제도는 이 연구소의 전임소장이자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알렉세이 오크라드니코프박사에 의해 만들어 졌는데 한 영향력 있는 대원은 이 제도가 과거 정치적인 사건에 휘말리지 않고 몸을 보호하기 위한 최적의 수단이였다고 이야기한다. 아무튼 이곳은 알타이산맥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해발 1천m에 해당되는데, 공기가 맑고 경치가 매우 좋을 뿐만 아니라 식당, 연구실, 우리나라의 한증막과 같은 러시아 전통의 목욕탕인 반야시설까지 갖추고있어 노보시비르스크의 고고학자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는 휴양지가 되고 있다.
현재 데니소바기지를 중심으로 발굴하고 있는 중기-후기 구석기시대 유적은 데니소바동굴유적(3만∼4만년전), 야누이 제2유적(2만7천∼2만년전), 우스트카라콜(3만1천년전), 스타라슈나야(4만년전), 카민나야동굴(3만1천3백∼1만1천9백년전), 카라 봄(3만3천년전)으로 모두 무스테리안의 석기가 나오는 중기구석기시대말에서 후기구석기시대에 걸친다. 여기에 유적을 형성하고 살던 사람들은 어쩌면 우리 조상들과 관련이 될지 모른다. 이곳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기후가 점차 따뜻해짐에 따라 북상해 간 맘모스의 출현과 관계가 깊다. 이 시대가 데니소바기지근처에서 발견되는 유적들의 연대와 .비슷한 기원전 4만∼3만년전으로 후기구석기시대가 된다. 또 이웃 카자흐스탄이나 중앙아시아에서도 이시기의 유적이 발견되는데 슈르빙카집자리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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