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하면 '남는 장사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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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2.13 합의가 나온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고무돼 있다. 16일 이탈리아 동포 간담회에서 '남는 장사'란 표현까지 써가며 대규모의 대북 지원을 시사했다.

◆남북정상회담 길 닦나=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상회담을 겨냥한 포석이란 관측이 만만치 않다. 일각에선 '제2의 베를린 선언'이 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2000년 3월 김대중(DJ) 대통령은 베를린에서 북한에 대해 사회간접자본(SOC) 제공 등 4개 항을 제안했다. 남측의 대화 의지를 반신반의하던 북측은 베를린 선언 한 달 뒤 정상회담 개최에 동의했다.

베를린 선언은 1999년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이 북한 핵.미사일 폐기와 한.미.일의 대북 지원을 맞바꾸는 구상인 이른바 '페리 보고서'에 힘입어 나왔다. 북핵 합의에 이어 대규모 지원 구상 발표 수순이 당시와 유사하다는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노 대통령은 2차대전 직후 미국의 대유럽 경제원조 프로그램인 마셜 플랜을 언급하며 "가장 이득을 많이 본 나라가 미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을 지목해 "미국의 마셜 플랜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문제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어떻게 구체화하느냐다. 2003년 2월 다보스 포럼에 간 정동영 특사는 "과감한 북한 재건 계획인 북한판 마셜 플랜을 검토 중"이라고 발언했다. 그 뒤에도 정부의 대북지원 구상은 수차례 나왔다. 그러나 번번이 공수표로 끝나자 북한은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정부 당국자들은 말한다.

막대한 자금을 어떻게 충당할지도 걸림돌이다. 평양 ~ 개성 고속도로(170㎞) 아스팔트 재포장에만 3077억원(통일부 추산)이 든다. 6자회담에서 합의한 중유 지원에다 쌀.비료, 나아가 사회간접자본시설(SOC) 건설 지원까지 본격화할 경우 '퍼주기 지원'이란 비판이 강해질 수 있다.

◆"천영우 대표가 송민순 장관보다 잘했다"=노 대통령은 "(2005년) 9.19 공동성명 당시 6자회담 수석대표가 송민순 장관인데 상당히 잘했다"며 "지금 천영우 (6자회담 수석) 대표는 송 장관보다 더 잘한다"고 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했다. "너무 좋은 소식"이라고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이번에 6자회담이 실패로 끝나면 임기 안에 북핵 해법을 마련하는 게 어렵다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2.13 합의가 노 대통령에게 주는 의미는 각별한 것 같다. 노 대통령은 이번 합의가 9.19 공동성명 당시보다 진일보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로마=박승희 기자,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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