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0만건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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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개방은 인간의 죄악과 재화를 가득 담고 있던 판도라의 상자도 함께 연 것이다.
최근 동유럽국가들의 범죄 발생건수는 급속히 늘고 있다.
헝가리 일간 마자르 히를랍지는 최근 보도에서 형가리 범죄발생건수가 89년 22만5천건에서 지난해 34만l천건으로 51% 증가했으며, 올해엔 50만건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 부다페스트의 경우 올해 1·4분기 범죄발생건수는 전년동기비 49% 증가했으며, 이중 강도는 71%나 증가했다.
강도는 주로 중류층 가정·승용차·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최근엔 우체국·은행을 노리는 대담한 무장강도까지 나타났다.
부다페스트 시경 야노슈 보드라츠카부국장은 지난해 부다페스트에서 발생한 총범죄건수는 10만5천건으로 이는 10년전인 80년대초에 비해 3배나 늘어난 숫자라고 밝혔다.
보드라츠카부국장은 구체제가 붕괴하면서 옛규범이 무너지고 새로운 사회규범이 확립되지 못한 상태에서 범죄가 늘고 있으며, 특히 시장경제체제가 도입되면서 「돈이 관련된」 범죄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범죄증가는 비단 헝가리뿐아니라 동유럽각국의 공통된 현상이다. 체코슬로바키아 수도 프라하시 지난해 범죄발생건수는 89년에 비해 l백21%나 증가했으며, 이중 무장강도·폭력등 강력범죄는 3배나 증가했다.
폴란드의 경우도 지난해 범죄발생이 89년비 61% 증가했다. 특히 마약·차량도난이 부쩍 늘고 있다. 불가리아·루마니아 등에서도 전에는 흔히 볼 수 없던 살인·강간등 강력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조직범죄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지난해 l2월 부다페스트 경찰은 이탈리아 로마를 경유, 헤로인 20kg을 밀수하던 헝가리인 가보르 산도르를 체포, 재판에서 13년 징역형을 내렸다. 경찰당국은 이 사건을 헝가리를 중간 거점으로한 국제마약 카르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헝가리를 무대로 한 조직범죄의 대표적 케이스는 소위 터키 커넥션. 터키인 범죄대부 「하칸」이 주동이 된 이 조직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폴란드 바르샤바까지 이어지는 국제트럭 수송루트를 장악, 주로 터키인 운전사들로부터 통행료 명목으로 돈을 뜯어왔다.
하칸은 이미 70년대말 헝가리에 들어와 정부·공산당 고위간부들과 결탁하고 비밀경찰과도 연결, 해외에 거주하는 헝가리 반체제인사들의 정보를 제공하는 대신 범죄행위를 묵인받아왔다.
하칸은 헝가리 정부와 짜고 비자(입국사증)를 동유럽인들에게 팔아 이익을 챙기는가하면 마약밀매·서방물품 밀수 등으로 치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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