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여 최대 계파/내분조짐 민정계알력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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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당운영 주도권·대권구도 시각차가 원인/박태준위원 불만… 반민주계 결속 움직임
민자당의 최대 계파인 민정계가 국회의원 대선거구제 포기 문제를 포함한 당운영 방식을 놓고 내부갈등의 진통을 겪고 있다.
김윤환 사무총장이 주도한 대선거구제 폐기 절차에 대한 박태준 최고위원의 문제제기로 촉발된 알력은 그 밑바탕에 당운영의 주도권 문제와 대권 후계구도등 정국대처 방안에 대한 시각차가 강하게 깔려 있어 점차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박최고위원은 『이런 방식이라면 앞으로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김총장에게 「통첩식」의 강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번 기회에 김총장의 행동반경에 분명한 제동을 걸 기세여서 두사람사이가 좀처럼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이제 대선거구제 집착(박최고위원)이냐,소선거구제 강행(김총장)이냐의 정책선택차원을 넘어 민정계내 편가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선거구제 문제는 민정계내분의 표면적 이유일뿐 이라는 지적이다.
박최고위원은 김총장의 「독주」라는 관점에서 당론결정과정의 하자를 확인시켜 놓지 않으면 민정계 위탁관리자로서의 자신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같은 입장에 채문식 고문과 정석모 의원,신정치연구 모임의 이종찬·이치호·오유방 의원등 민정계 다수 원로·중진들이 동조,가세하고 있다.
이종찬 의원이 5일 한 세미나에서 ▲대선거구제로의 전환 ▲당내의 파벌적 권위주의 청산 및 특정인물위주의 정당 탈피 ▲당무회의의 비민주적 운영 지양 등을 주장,우회적으로 당내문제를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파악된다.
여기에는 김총장의 후계구도 접근자세에 대한 불신과 김대표의 당운영 체제에 대한 불신이 깔려있다.
노대통령의 임기후반기 권력안정을 위해 김대표의 입지강화를 일정수준에서 지원해주자는 김총장의 자세를 박최고위원이나 이종찬 의원등 중진들은 김총장의 신민주계 편향 시각에서 파악하고 이들이 민정계 중진들을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소선거구제 고수와 관련해 「예고된 반발」을 묵살하다시피 밀고 가는 것은 김대표를 의식,총대를 멘 것이라는 구설수도 민정계 일각에서 나돌고 있다.
그러나 양김(김영삼대표·김대중총재)이라는 현실 인정의 바탕위에서 정국 구도를 짜야 한다고 강조해 온 김총장은 『이것이 노대통령의 후반기 안정을 위한 최선의 길』이라며 자신의 방향이 「노대통령의 직계 흐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총장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박태준 최고위원뿐 아니라 이종찬 의원등 중진들도 비판적 그룹에 가세하고 있고 TK세력내의 박철언 의원파·반민주계 등이 뒷받침하고 있어 이 상황이 더 악화되면 현 체제에 대한 개편 요구로까지 갈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대두하고 있다.
이 갈등은 다음달 선거법협상이 재개될 무렵 내년 총선을 「김대표­김총장」체제로 치를 것이냐의 당직개편 문제와 연결돼 종합적으로 정리될 전망이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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