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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나의 힘] 10. 동화작가 노경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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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동화작가 노경실(45.사진)씨는 창작을 '맛있는 양식'에 비유한다. 많은 아이와 맛있는 양식을 날마다 먹고 싶은 마음에서 글을 쓴다. 그는 30여년 전 아홉살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여동생 경민이를 생각하며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이젠 잃어버린 동생 대신 하늘의 별처럼 많은 동생(독자)을 얻었다.

그래서 노씨는 행복하다. 그는 신간 '그리고 끝이 없는 이야기' 서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동화를 쓸 수 있게 지혜를 주신 하나님께 길을 걸으면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밥을 먹다가도, 세수를 하다가도, 그리고 꿈속에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에게 신앙은 어둠 속에 빛나는 별과 같다. 그가 외롭고 힘들 때 길잡이 역할을 한 별처럼 신앙은 마냥 흔들리는 그를 지탱해준 힘이었다. 동화는 그런 믿음의 또 다른 표현이다.

"오남매의 맏이로 태어났습니다. 인민군 출신이었던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 살림이 매우 궁핍했어요. 동생마저 먼저 보낸 비극도 있었고요. 5년 전 위암에 걸려 겨우 살아나기도 했어요. 신앙이 없었다면 오늘의 제가 없었을 겁니다."

노씨의 동화는 어쩐지 슬프다. 어렵게 사는 아이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언제나 희망을 잃지 않는다. 값싼 위안이 아닌 삶의 속살을 건드리는 따뜻함이 있다. "상처받고 소외받는 어린 영혼들을 위해 글을 씁니다. GNP가 아무리 높아져도 가난한 아이는 있기 마련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제 성장기와 달리 요즘 아이들의 고통은 훨씬 다양하고 깊을 수도 있습니다."

그는 다섯살 때부터 교회에 다녔다. 물론 의심이 들 때도 많았다. 왜 그리 불행한 일이 그에게 몰리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꼭 집어 말할 순 없어도 어느 날 훤한 빛이 보였습니다. '신앙이란 회의의 터널을 지나는 것 같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을 실감했죠. 요즘엔 이런 말을 자주 해요. 가장 힘들 때는 예스터데이(어제)요, 가장 행복한 순간은 나우(지금)라고요."

그는 요즘 성경 시편에 푹 빠져있다. 읽다 보면 분노도 미움도 사라진다고 했다. 아이들의 큰 웃음처럼 말이다. 도시 빈민 아이를 상대로 무료 글짓기 교실을 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아직도 우리 동생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습니다. 내 생각은 그것뿐입니다."

대표작으론 '상계동 이야기' '복실이네 가족 사진' '우리 아빠는 내 친구' 등이 있다. "나는 보편적인 악덕과 싸우기 위해 엄격성을 연마했다"는 종교 개혁자 칼뱅의 말을 따라 그는 오늘도 한 단어, 한 문장을 갈고 다듬고 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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