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성] 건축물이 바로 도시의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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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여행을 하게 되면 누구나 눈여겨 보게 되는 것이 그 도시의 건축물들이다. 건축물 하나 하나뿐 아니라 다양한 건축물들이 만들어내는 거리의 모습은 그 도시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건물 형태와 그것들이 이루는 거리의 모습에 관심을 쏟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서양건축에 대한 책을 여러 권 펴낸 임석재(이화여대 건축학과)교수가 우리 도시의 건축물과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거리 모습의 문제점 등을 꼼꼼히 담은 '현대 건축과 뉴휴머니즘'을 펴냈다.

저자는 도시뿐 아니라 시골에까지 고층 아파트가 보편적인 주거유형으로 자리잡고 있는 배경에 대해 집을 살기 위한 공간으로서보다는 투자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국내 엘리트 건축가들이 서양이나 일본의 유명 건축가를 흉내내기에 급급하다고 비판한다. 누가 먼저 서양의 최신 유행을 수입하느냐에 따라 건축가의 작품성이 결정나는 경향이 주도층 건축가들 사이에 퍼져 있는 한 한국 고유의 건축적인 특성을 가꿔 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희망을 놓지 않는다. 길가의 담이나 축대에 그려진 벽화, 조형성을 강조하고 경사로를 설치하는 육교 등에서 저자는 변화의 메시지를 찾고 있다.

도시의 빌딩에 나타나는 산업자본주의의 단순한 사각형 형태와 후기 산업자본주의의 자유로운 형태의 비교는 사진자료와 함께 독자들의 도시.건축에 대한 이해를 도와준다.

신혜경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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