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회자가 영어로) "준비됐나요? 지금부터 CNN 저널리스트 경연대회를 시작할게요."

지난 14일 코엑스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07 ASPIRING JOURNALIST AWARD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민주(좌)씨와 CNN코리아 손지애국장(우)이 축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 311호에 긴장과 흥분이 감돈다.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CNN의 로고가 박힌 가상 스튜디오에는 앵커와 기자가 앉을 두 좌석이 준비돼 있다. 카메라맨은 '큐'사인을 기다리며 스튜디오를 주시한다. 왼쪽 벽면에는 대형 스크린이 마련돼 뉴스를 내보낼 채비를 마쳤다. CNN아시아.태평양 주최로 열린 '2007 어스파이어링 저널리스트 어워드(ASPIRING JOURNALIST AWARD)'의 본선이 시작될 참이다.

미래를 선도해 나갈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대학생을 상대로 저널리즘 전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마련된 이 행사는 'CNN 투데이' 앵커 유니스 윤(Eunice Yoon.CNN 아시아태평양)과 CNN코리아 손지애 국장을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들과 함께 영어로 생방송 뉴스보도 형식의 경연대회를 치르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전국에서 몰려든 300여명이 1차 관문인 토익(말하기.쓰기)시험에 응했고, 이를 통과한 64명이 올 1월 2차 관문인 영어논술과 상식시험을 쳤다. 이 중 최종선발된 10명이 CNN 현직 앵커 앞에 '예비 저널리스트'로서 앉게 된 것이다.

10명의 학생들은 이날 CNN측에서 나눠준 10가지 국제적 이슈를 주제로 30분간 준비한 후 스튜디오에 앉기 직전 추첨을 통해 한가지 주제를 부여받고 테스트에 임했다.

첫번째 참가자 이재웅(24.연세대 경영학)씨가 자리에 앉자 유니스 윤 앵커는 바로 "지난 13일 도쿄에서 열린 국제포경위원회(IWC) 회의 소식을 전해주시죠"라는 질문을 던졌다. 첫 주자로 나선 이씨는 다소 경직돼 있었으나 준비해온 원고를 침착하게 읽어갔다. 리포팅 제한시간은 3분. 1분30초에 한 번씩 울리는 경고음은 참가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5명의 '예비' 저널리스트들이 긴장감 속에 테스트를 마친 후 6번째 참가자 배진호(26.한양대 신문방송학)씨부터는 손지애 국장에게 실력을 검증받게 됐다. 손국장 역시 배씨가 착석하자마자 "멕시코에서 일어나고 있는 마약 밀수 전쟁에 대해 설명해주시죠"라고 날카롭게 질문을 이어갔다.

'미국 기업의 근로자 중 40%가 사내연애를 한다고 답했는데 이로 인한 긍정.부정적 영향은', '인도네시아에서 일어난 홍수는 기후변화인가 인재인가', '영국 보다폰 주식 매각에 대한 각국의 반응은', '미국 유타주에서 일어난 경찰 총기사고에 대한 소식' 등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주제로 대회는 진행됐다.

한 시간 동안 치열하게 진행된 경연전(戰)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그제야 경직된 어깨를 풀었다. 시상식이 준비되는 동안 진유경(24.서울여대 경영학)씨는 "최근 해외유학 경험자가 많아 1년 교환학생으로 미국을 다녀온 것이 전부인 나는 좀 불리할 것 같다"며 "그러나 많은 '영어 토종'들에게 희망이 되고자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침내 영어 발음 능력, 논리력, 순발력, 취재 브리핑 능력 등 다면평가 심사가 끝나고 '그랑프리'가 발표됐다. 영예의 주인공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제학을 전공하고 있는 민주(20.이화여대 국제학)씨. 민씨는 '스키 퀄러파잉(qualifying)으로 인해 대회 참가자격을 박탈당한 챔피언에 대한 여론'에 대해 유니스 윤과 대화를 나눴다. 손지애 국장은 "우리나라에서 상당히 생소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뉴스를 진행해갔다"며 "오늘 참가한 모든 학생이 저널리스트로서의 자질이 충분하고 성장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평했다. 이에 민씨는 "초등학교 1학년때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중학교 1학년때까지 생활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 CNN특파원으로 활동할 수 있게 더욱 공부에 매진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2005년 시작돼 이날이 2회째였던 이 행사에서 '그랑프리', '골드', '실버'에 뽑힌 수상자 3명은 내달 15일부터 닷새간 홍콩 CNN 아시아.태평양본부와 미국 애틀란타에 위치한 CNN본사를 방문한다.

이지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