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K-리그 우승 김학범 감독 일본 전지훈련장에서 만났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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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 서울, 부산 아이파크, 포항 스틸러스, 이 세 팀과의 경기는 무조건 이기겠습니다."

지난해 성남 일화의 K-리그 우승을 이끈 김학범(47.사진) 감독이 '토종 지도자 자존심 선언'을 했다. 서울은 귀네슈(터키), 부산은 에글리(스위스), 포항은 파리아스(브라질) 감독 등 외국인 감독이 이끌고 있다.

K-리그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성남은 현재 일본 구마모토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구마모토에는 수원 삼성도 전지훈련 중이다. 김 감독은 '용병 감독'이라는 표현을 썼다. "용병 감독과의 맞대결에서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게 내 결심이다. 국내 지도자의 자존심은 물론 축구인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그래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국내 지도자가 외국인에 비해 큰 무대 경험이 적은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국내 지도자의 능력과 자질도 많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외국인 감독 팀과의 경기에서는 더 좋은 내용과 결과를 보여 줘야 한다고 했다.

성남은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와 피스컵 등 다른 팀에 비해 최소 10경기 이상을 더 치러야 한다. 그래서 최성국(울산).김동현(루빈 카잔).한동원(서울) 등 알짜 선수들을 많이 영입했다. 김 감독은 이들이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잘 소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성국의 각오가 대단하다고 한다.

성남이 내보낸 선수도 꽤 있다. 특히 지난해 득점왕 우성용을 미련 없이 울산으로 보내 줬다. 스트라이커 자리에 쓸 선수가 많기 때문이었다. '감독이 욕심만 갖고 좋은 선수를 한 포지션에 많이 데리고 있으면 선수도 죽고 팀도 죽는다'는 게 '박사 감독' 김학범의 지론이다.

김 감독은 올해 성남의 강력한 라이벌로 수원을 꼽았다. 안정환.배기종.박성배 등 올해 영입한 선수만으로 한 팀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선수층이 두텁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18~20명의 주력 선수만으로도 한 시즌을 충분히 끌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겠다.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정규리그 우승이고,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정상에도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구마모토=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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