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노총 찾아가 꼬치꼬치 캐물은 무디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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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의 토머스 번 국가신용평가팀 동아시아담당(中)이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방문해 이용득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가신용평가팀 스티븐 헤스. [사진=김성룡 기자]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대표단이 14일 한국노총을 찾았다. 한국의 노사관계와 노동운동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무디스 대표단이 경제계나 정부를 찾아가 노사관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적은 있으나 노조를 직접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이날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찾은 무디스 관계자는 토머스 번 국가신용평가팀 이사와 스티븐 헤스 국가신용평가담당, 김수정 무디스한국사무소장 등이다. 이들은 9일 입국해 재정경제부와 국방부.개성공단 등을 둘러봤다.

대표단은 한 시간가량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전투적인 노동운동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기업의 경쟁력 ▶사용자가 노조를 대하는 태도 등을 조목조목 물었다. 이용득 위원장도 설명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다음은 대화록.

▶무디스=노동쟁의가 예전보다 줄었고 근로손실일수도 줄었다. 이것이 노무현 정부의 정책 때문인가, 아니면 노사관계가 성숙해진 것인가.

▶이 위원장=정부정책이 노사관계를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아마도 조합원들이 전투적인 방식의 노동운동에 대해 염증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본다.

▶무디스=한국의 노동시장은 유연성이 떨어진다. 한국과 비슷한 경제수준의 나라나 선진국보다도 떨어진다.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기업이 회사가 어려울 때 쉽게 해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해고가 쉬운 계약직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소득격차나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 같다. 한국노총의 입장은 뭔가.

▶이 위원장=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지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오히려 정규직이 적은 것은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유연성이 높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오히려 너무 유연해 양극화가 심해지는 측면이 있다. 한국노총 입장에서는 노동시장의 안정성과 일정한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어느 수준이 안정적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정규직의 고용 경직성 때문에 양극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사회안전망 확충 등으로 유연성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무디스=노조가 덜 전투적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노조가 보기에 사용자도 과거보다 합리적이고, 노조의 요구를 들으려는 자세가 있다고 보나.

▶이 위원장=노조가 합리적인 요구를 하면 사용자도 변할 것이다. 아직 노조에 대해 전근대적인 생각을 하는 사용자들이 많이 있다. 그러나 노동운동이 합리적으로 변하면 이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

▶무디스=선거에서 대선 후보를 지원하고 공식적인 지지를 표명할 계획이 있나.

▶이 위원장=노조의 요구를 모든 대통령 후보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그에 대한 답변을 가지고 조합원에게 어느 당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 물어서 결정할 것이다.

글=김기찬 기자<wolsu@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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