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형제들 'CEO 컴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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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이 다시 오너 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재도약을 노린다. 횡령 및 분식회계 혐의로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받았던 박용성.용만 형제가 최근 사면되면서 이런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고있다.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인물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까지 지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최근 프랑스에서 귀국하는 길에 보도진에 경영복귀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다음달 주총을 앞두고 23일께 열리는 두산중공업 이사회에서 대표이사 회장 선임될 것이 유력시된다.

두산 관계자는 "사면되자마자 복귀를 서두른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지만 이번 주총을 놓치면 임시주총을 열거나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룹 내에서 박용성 회장의 대표 복귀는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두산그룹의 오너 경영체제 전환은 지난 12일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전 서울대 병원장)이 두산산업개발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될 때부터 예고됐다. 경영 일선에 좀체 얼굴을 드러내지 않던 그이기에 더욱 그랬다. 두산그룹 측은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오너 인사가 회장단에 참석하길 원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며 "자연스레 전경련에 다시 가입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산업개발.㈜두산 등을 계열사로 둔 이 그룹은 2015년 총매출 100조원(지난해 14조원 추정)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빠른 성장을 위해선 오너 경영체제의 강력한 리더십과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가령 현대건설.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매물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 국제상공회의소 모임을 이끈 박용성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두산의 글로벌 도약에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박 회장이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자리에 앉더라도 7월까지는 IOC 위원 자격을 회복해 강원도 평창 겨울 올림픽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두산은 덧붙였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의 행보도 관심사다. ㈜두산의 대표이사로 선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역시 다음주 중 열리는 이사회에서 결론날 것으로 보인다. 유병택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은 ㈜두산 또한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경영 체제로 바뀌는 셈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해 ㈜두산의 등기이사에 오르려다가 시민단체의 반발로 철회한 적이 있다. 형제간 갈등을 빚었던 박용오 전 회장은 이번 인사 구도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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