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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안고객 북적이는 "제2이태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반바지에 가슴을 대담하게 노출시킨 T셔츠만을 걸친 금발의 미녀, 맥가이버 스타일로 옆머리를 바싹 깎아 멋을 낸 20대청년, 군복차림의 미군병사등 푸른 눈의 쇼핑객들로 항상 성시를 이루는 경기도 송탄시 신장동 미공군부대앞 자유시장.
점포주인·종업원을 제의하면 거리를 메운 쇼핑객들은 대부분 주한미군과 그 가족들. 최근에는일본 오키나와·괌·필리핀·하와이주둔 미군가족들까지 필리핀 클라크공군기지등을 통해 전세비행기편으로 몰려오고 있다.
미공군부대 정문앞을 중심으로 도로양편 1km구간에 진을 치고 있는 점포는 7백여개.
이거리가 「제2이태원」으로 부상하며 성시를 이루고 있는 것은 지리적 이점외에도 상품의 질이 좋고 값이 싸기 때문이다.
뉴모던 스웨터상을 경영하는 김성규씨(42·신장2동301의27) 는 『이태원이나 백화점의 절반도안되는 가격으로 의류등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
맞춤양복 가격이 14만∼20만원선. 4천∼6천원짜리 T셔츠, 4천∼1만원짜리 운동화도 있다.
시중가보다 50∼70%정도 싼값이다.
10여개 「테일러숍」 (양복점)들은 단골 미군·가족들을 확보, 전화주문까지 받고있다.
81년 시로 승격된 송탄시에 미군전용쇼핑점이 들어서기 시작한 것은 6·25발발이후 신장리에 미공군이 주둔하면서부터.
초기에는 신장리 원주민들이 부대앞에 점포를 마련, 미군을 대상으로 옷·신발과 생필품을 팔았다.
이후 용산·군산·파주·동두천등지에서 미군·한국군을 상대로 보따리장사를 하던 상인들과 군무원·군 전역자들이 하나둘씩 몰려와 장사를 시작하면서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송탄시는 81년 시승격과 함께 산재해 있던 2백여개 무허가 점포를 철거하고 67동의 공동상가를 만들었다.
이는 송탄을 외국인쇼핑 「메인스트리트」 「제2의 이태원」으로 부상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88올림픽기간중이거리는 「외국인 관광객이 몰릴것」이라는 상인들의 기대와는 달리 불황의 바람이 몰아쳤다.
매상도 평소의 절반이하로 줄어 몇몇 점포는 문을 닫아야했다.
이는 홍보가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일부상인들이 조잡한 모방제품을 진짜로 속여 바가지를 씌우는 사례가 잦아 신용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미군들사이에 「상품값이 비싸고 질은 떨어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발길도 뜸해진 것이다.
이에따라 상인들은 89년 송탄상공회의소(회장 이경추·52)를 발족, 공정거래와 잡상인·불량품 판매규제운동등을 벌였다. 또 양복·가방·귀금속등 16개업종별로 분과위원회를 조직,「좋은 상품을 싸게 팔고 신용본위로상가를 운영하자」는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소비자보호운동을 폈다.이와함께 2년에 한차례씩(2월) 일본 오키나와, 필리핀 미군주둔지등을 돌며 송탄시장을 소개하는 고객유치작전을 벌였다.
이후 송탄 외국인전용쇼핑거리는 활기를 되찾았다.
올들어 이거리를 찾는 외국인은 한달평균 3만여명.
쇼핑가의 하루평균 매상고는 15만5천달러선. 평상시에도 10만달러를 웃돌고 있으며 이는 송탄시의 재정자립에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정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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