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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뽑히는 「74년 공산독재」/소 최고회의,공산당 활동정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보수회귀의 불씨 근본부터 막는 조치/쿠데타 연루 불법단체로 재판 받을듯
소련최고회의는 29일 소련전국토에서 공산당의 활동을 전면 중단시켰다.
이는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24일 공산당중앙위의 자진해체를 권고한데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
최고회의는 이날 채택한 결의안에서 연방검찰은 공산당의 활동을 종식시킬 수 있는 증거를 최고재판소에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내용도 덧붙이고 있다.
최고회의가 공산당의 활동을 정지시킨 까닭이 『쿠데타의 준비 및 실행에 연루된 사실이 입증됐다』는 것이고 보면 소련 최고재판소는 연방검찰이 증거를 제출하는대로 연방헌법에 따라 소련 공산당을 위법단체로 강제 해산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말해 소련공산당은 이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서기장직을 내놓으면서 마련해준 자진해산의 기회도 놓친채 74년의 1당독재에 종언을 고하고 치욕스러운 종말을 맞이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소련의 최고회의는 이와 함께 재정관련기구 및 은행들도 공산당의 은행구좌 동결등 자금동결조치를 권고했다.
최고회의의 이같은 요구는 옐친 러시아공화국대통령이 러시아공화국 영토내 소련공산당의 자산을 모두 러시아공화국이 관리하겠다고 한 28일의 대통령령과 모순돼 앞으로 그 귀추가 주목된다.
소련공산당은 이미 26일 현재 발트해 3국과 몰다비아공화국에서 불법화됐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키르기스·타지크공화국등에서 활동이 금지되는등 이미 전국적으로 지리멸렬해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즈베크공화국·백러시아공화국·아제르바이잔공화국은 공산당 보수파가 집권하고 있어 최고회의의 이번 결정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들도 소련공산당과의 관계를 단절,독자적으로 새로운 정당을 결성해 당원과 재산을 보호할 것으로 보여 최고회의의 이번 결정에 정면으로 반발할 것으로 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이념적으로는 전통적인 의미의 공산주의를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전문가들은 결국 소련공산당이 동유럽에서 그랬던 것처럼 철저한 몰락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고있다.
다시말해 개혁을 주장했건,보수를 대변했건 관계없이 소멸해버린 「동구화」의 종말을 맞았다고 할 수 있다.
이밖에 소련공산당의 재산은 공산당이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53억루블이 아니라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방대한 규모로 밝혀졌다고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지가 29일 보도,이들 재산의 향배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산당은 전국에 건물 5천개,13만7천평방m를 소유하고 있으며 출판사 1백14개,인쇄소 81개를 경영하고 있고 요양소 19개,모스크바근교 호화별장도 1천8백채나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재산은 일부 국유화될 것이며 공산당의 압살로 일자리를 잃게되는 당료 15만여명의 사후처리에도 사용되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고회의는 공산당의 「압살」을 결정하면서 지난해 12월 고르바초프 대통령에게 주었던 비상사태선포권등 연방의 와해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비상대권을 재확인하려다가 이를 축소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권력기반이었던 공산당을 포기하는대신 비상대권에 관한 최고회의의 지지를 재확인,새로운 권력재구축의 기반으로 삼으려던 생각이 좌절된셈이다.
최고회의는 보수파의 아성인 공산당을 압살,보수회귀의 위험을 분명하게 차단하면서 동시에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통제된 연방해체과정의 조정자로 그 역할을 축소시켰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러시아공화국과 우크라이나공화국이 신연방조약과 무관하게 양공화국의 경제·군사협력을 모색하는등 유명무실해진 연방의 권위가 계속 타격을 입고 있어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다음달 2일 개최될 인민대의원대회를 통해 어떤 수순으로 연방과 자신의 권위를 회복해 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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