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뇨(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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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유아기의 남자 어린아이들은 흔히 「방뇨」로 분노와 공격을 표시한다. 귀여운 「고추」를 엄마 면전에 대고 오줌을 내갈기는 어린아이들의 분노. 어린아이들의 모든 본능적 욕구를 어쩔 수 없이 다 충족시켜줄 수 없는 부모들을 향한 유아기적 환상의 분노는 오히려 귀엽기조차 하다.
그래서 엄마는 맵지않게 엉덩이를 한번 찰싹 때리고 부둥켜 안아준다.
그러나 세살을 넘으면 대·소변을 가리는게 지엄한 도가 된다. 함부로 노상 방뇨를 하면 파렴치한 「풍속사범」이 된다. 사리 구별을 못하는 천방지축인 사람에게는 「대·소변이나 가릴 줄 알라」고 타이른다.
오줌은 분뇨라해서 오물 취급을 한다. 분뇨 세례는 지극한 경멸과 분노를 뜻한다. 여기서는 도를 어긴 성인의 방뇨도 유아의 방뇨처럼 용서를 받는다. 때로는 박수갈채와 찬사를 받는 소영웅적 행위가 되기도 한다.
지난 23일의 모스크바시내 소련 공산당중앙위원회본부 건물앞. 미차라는 다섯살짜리 소년이 운집한 수많은 군중들 앞으로 걸어나가 섶을 열고 이 건물을 향해 오줌을 힘차게 내갈겼다. 미차의 방뇨는 군중들의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받았다. 한 시민은 소년을 번쩍 들어올려 『이 아이야말로 러시아 최초의 자유인』이라고 치켜세웠다.
건물앞으로 몰려온 군중들은 마침 공산당에 대한 분노의 표시로 낫과 망치가 그려진 공산당 상징의 붉은 소련국기를 끌어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분위기로 봐서는 익살과 해학을 즐기는 러시아인들의 애교섞인 분노쯤으로 보아넘길 수도 있겠다.
인뇨는 거름과 세제·약용등으로 사용돼 왔다. 로마사람들과 고대 동아시아민족들은 오줌으로 몸을 씻고 빨래도 했다는 기록이 전해오고 있다. 지금도 시베리아 무당(샤먼)들은 소변으로 얼굴을 씻는 주술이 행해지고 있다고 한다.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은 오줌이 갈증·기침·폐·심장·어혈 등에 민약으로 쓰이고 있고,자기 오줌을 먹는 것을 윤회주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노상 방뇨」로까지 분노를 표시하고 있는 오늘의 소련인들의 저 격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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