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듯 달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일 시승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가 처음 만난 인피니티의 도심형 SUV인 FX45 2007형은 근육질 몸매를 가진 남성 보디 빌더를 연상케 했다.

일견 도발적인 본체를 훓어보다 일반 차량보다 훨씬 큰 20인치 알루미늄 휠에 장착된 타이어를 보는 순간 '이처럼 육중한 몸(?)으로 속도를 제대로 낼 수있을까…' '서 있는 모습만 봐도 속도감이 느껴질 수있도록 했다'고 호언한 FX의 디자이너들이 허언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 정도였다.

그러나 자체를 자세히 훓어볼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다.

차량 전체를 휘어감듯 감싼 곡선미는 스포츠카와 같은 날렵함과 세련된 인상으로 다가왔다.

이같은 곡선미는 항력계수(공기저항력)를 스포츠가 수준과 거의 맞먹는 0.35정도로 낮춰 고속주행때 발생하는 역풍의 충격을 비껴내리는 역할을 한단다.

시승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목적지는 서울 도심에서 경부고속도를 거쳐 편도 4차선의 영동고속도로 이천~여주간을 도로를 왕복하는 코스.

40~60㎞이하의 저속 주행을 하는 동안 소음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숙성이 뛰어나 고급 세단을 운전하고 있는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미끄러지듯 달린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였다.

V8 엔진이 뿜어내는 가속능력도 뛰어났다.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하면서 간간히 속도를 내기 위해 액셀레이더를 살짝 누리기만 해도 상체가 흔들릴 정도로 가속도가 붙었다.

편도 4차선으로 펑 뚫린 영동고속도로 이천~여주 구간에 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가속 패달을 힘껏 밟았다.불과 5~6초 지났을까.중간쯤 위치해 있던 속도계가 어느새 거의 끝부분에 가 있었다.그런데도 별다른 속도감이 들지 않았다.

차체가 높은데도 고속 주행중 '붕' 뜨는 느낌도 없었다. 오히려 차량이 도로 바닥에 착 달라붙는듯한 안정감마저 들었다.

내친 김에 슬라럼(지그재그.일명 칼치기) 주행을 해 봤다.고속 코너링에도 미끄러짐이나 별다른 쏠림이 없었다.도저히 차량 무게가 2t이 넘는 SUV차량이라고 믿기기 어려운 온로드 주행 능력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특히 엄청난 덩치가 선사하는 스티어링의 반응 속도(주행중 핸들을 꺽었을때 차제가 움직이는 반응속도)와 엔진 응답성(갑자기 풀엑셀로 밟았을때 그에 응답해주는 RPM 반응속도)과 함께 뿜어져 나오는 가속력은 FX가 실용성과 스포츠성을 겸비한 매력적인 SUV 차량으로 인식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같은 주행 안정감은 인피니티가 고안해낸 '프론트 미드쉽'이 일등 공신이다.

일반 차량의 경우 엔진을 앞바퀴축과 동일 선상에 배치하는데 반해 프론트 미드쉽 엔진은 자동차 중앙으로 최대한 밀어내고 높이도 차체 하부로 최대한 내림으로써 고속 주행시 차체의 안정감을 최대한 확보했다.

이에 걸맞게 20인치 휠에 큰 사이즈의 타이어를 장착함으로써 노면 접지력을 최대한 높였다.

또 전자식 4륜 구동 스시템은 급한 코너링에도 차가 밀리는 현상을 최대한 막아준다.

마지막으로 급브레이크를 밟아봤다.ABS시스템이 작동해 '다다다닥'하며 브레이크를 단계적으로 잡아주는 것을 느낄 수있었다.

그러나 운전중 불편한 점도 발견할 수있었다.

좌.우 시야가 좁고 육안으로 주위를 볼 수없는 사각지대가 다소 넓은 것이 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주행에서 오프로프 주행을 해보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FX45의 매력을 한껏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프리미엄 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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